이종구·여상규 '욕설 파동' 논란
'5월 이후 사라진' 국회 윤리특위
"국정 파트너 아닌 적으로 생각"
   
▲ 국감 엿새째인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의원 좌석이 비어 있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반환점을 돌고 있는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욕설 파동’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감을 원활히 진행할 책무가 있는 상임위원장들이 논란의 주인공이라 눈살을 더 찌푸리게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정치 실종’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국회가 이제는 국회의원들의 ‘말본새’로 제 살을 깎아 먹는 모양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쳐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이종구 의원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최근 국감 과정에서 원색적인 욕설로 논란을 샀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서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에게 “지X, 또XX 같은 XX”라는 욕설을 내뱉었고, 여 의원은 지난 7일 국감장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병X 같은 게”라고 욕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터질만한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두 의원 모두 막말로 논란을 빚은 게 처음이 아니라서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피감기관장을 상대로 ‘반말’로 질의하는 모습으로 빈축을 산 바 있다. 여 의원 역시 지난해 박지원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과 말다툼하는 장면을 연출했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 의원들의 욕설과 막말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사실상 ‘특권층’이나 다름없는 국회의원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모든 의원이 상대 의원을 상대로 말을 시작할 때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붙이지만, 그뿐”이라며 “같은 동료의원을 상대로도 이 정도인데, 일반인처럼 별 영향력 없는 상대로는 어떻겠나”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종종 불거지는 의원들의 갑질 논란은 이제 놀랄 만한 일도 아니지 않나”라고 푸념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유명무실화됐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윤리특위는 국회의원들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지만, 지난 13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윤리특위를 통해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성희롱 발언’으로 제명된 강용석 전 의원이 유일하다. 급기야 20대 국회에서는 윤리특위가 비상설특위로 전환됐고, 지난 5월 여야의 연장합의 불발로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조 장관 임명으로 비롯된 여야의 극한 갈등 국면이 지목된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양분된 진영 간 민심이나, 여야 대표가 정치 협상 테이블에 불참하는 모습 등과 맥을 같이하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여야는 완전한 적대관계에 있다”며 “서로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