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정부, 국산 방송·통신 장비 안 사준다"
일각선 "방통산협, 기술력·품질 뒷전…'국산'이라는 점에만 매달려"
   
▲ 지난 1월 8일 주대철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 기자실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보장치 입찰 담합 결정에 대해 해명 브리핑하는 모습./사진=중소기업중앙회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미국이건 중국이건 우리 제품 많이 사주면 친구 아니냐."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세진텔레시스 대표를 맡고 있는 주대철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세계 일류 통신장비 기업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적대시할 이유가 없다"며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해 중국 시장에 뛰어들면 상호이익이 기대된다"며 화웨이와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매출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절벽에 방통산협이 살 길을 찾았다며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인터뷰에서 주 이사장은 SKT·KT·LGU+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국산 장비 구매율이 73%인데, 공공부문 방송·통신 장비 국산화율은 28%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 장비를 채용하지 않으면 사용처가 생겨나지 않는다"며 "국산 방송·통신 장비 의무 구매 비율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지난 6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주최한 토론회 '화웨이, 보안문제 정말 없나'에서 윤상현 의원 등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사진=얀합뉴스


한편 방통산협과 보조를 맞추기로 한 화웨이의 설립자 런정페이 회장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병장교 출신이다. 화웨이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인민해방군에 대한 군납사업 덕분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군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방위산업체인만큼이나 보안 이슈를 몰고 다녀 국제적으로 '스파이 기업'으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여왔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3일과 올해 5월 16에 각각 국방수권법과 화웨이 장비 사용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올해 5월 20일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계열사들을 거래금지 기업 리스트에 올리며 세계 최대 ICT기업 구글이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해 안드로이드 OS 탑재와 어플리케이션 접근·업데이트 등을 막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국제 기구에서도 화웨이가 제명되는 등 글로벌 차원의 화웨이 거부운동이 전개됐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같이 국제적으로 화웨이 고사 작전에 나선 가운데 방통산협이 화웨이와 협력 및 거래를 확대해나가겠다는 것은 국제 공조를 깨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크다. 방통산협의 이 같은 움직임은 주대철 이사장이 '중국몽'을 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지난 3월 서울 지하철역에 게시된 광고. 상단에는 '독립운동 하는 마음으로 우리 중소기업을 사랑해주십시오'라고 적혀있다./사진=독자 제공


이와 관련 일각에선 방통산협이 기술력과 품질 개선은 뒷전으로 한 채 '국산'이라는 점에만 매달려 공공 기관의 국내 중소기업 제품 의무 구입을 통해 이득을 보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국내 이통3사의 국산장비 구매율과 공공 부문 방통장비 국산화율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산 장비 중에는 국내 유수의 ICT 대기업이 만든 것들도 있어 방통산협 회원사들과는 관계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해당 공공 기관들이 외국산 장비를 쓰는 것은 품질이 확인된 제품이라는 점에 연유한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해 공공 기관들이 업무 처리에 애로를 겪을 경우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곤 한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관급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품질제일주의를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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