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국 축구대표팀 벤투호가 '이상한 나라' 북한 평양에서 최악의 조건 속 원정경기를 치르게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늘(15일) 오후 5시 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위해 대표팀은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베이징을 경유해 1박 2일이 걸려 14일 오후 평양에 도착했다. 

이번 한국-북한전은 '깜깜이' 경기로 펼쳐진다. 29년 만에 성사된 한국 축구의 평양 원정이지만 북한은 응원단은 물론 취재진의 방북도 허가하지 않았다. TV 생중계도 결국 무산됐다.

대표선수들은 이런 묘한 분위기 속에서 최소 5만명 이상의 북한 관중 앞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대표팀의 평양 도착 후부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모든 것이 '깜깜이'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평양에 도착한 벤투호는 숙소에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김일성경기장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공식 기자회견은 오후 7시 30분부터 열렸다. 벤투 감독과 선수 대표로 수비수 이용이 참석했다. 참석한 기자는 북한 기자 5명뿐이었다. 기자회견에서 어떤 질문이 나오고 무슨 답변이 있었는지는 이날 밤을 넘겨서도 전해진 것이 없다.

선수들은 약 1시간정도 김일성경기장에서 유일한 현지적응 훈련을 했다. 걱정했던 인조잔디에서 뛰어본 느낌은 어떤지, 응원단도 취재진도 없는 가운데 선수단이 심적인 동요는 없는지, 대표팀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은 많지만 알 길이 없었다. 대한축구협회가 AFC(아시아축구연맹)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뒤늦게 보내준 사진 몇 장으로 대표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홍보팀도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현지에서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오늘 열리는 경기가 중계되지 않는데다 이렇게 기본적인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한국-북한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는 것도 힘들 전망이다.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해 승점 3점을 가져오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평양 원정길에 올랐다. 벤투 감독도 승리를 자신했다. 객관적인 전력도 분명 한국이 북한보다 앞선다.

그럼에도 걱정은 많고 '깜깜이' 상황에 답답함만 쌓인다.

북한은 평양 홈 경기에서 극강의 면모를 보여왔다. 그 주요 이유가 이번 한국대표팀의 평양 원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경기 외적으로 원정팀을 이만저만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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