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14일 정부가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VI)'을 발표하면서 국내 투자은행(IB)의 해외투자 손발을 묶는 규제였던 증권사 해외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를 허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증권업계의 숙원 과제였던 만큼 업계는 대체로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세종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4차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제25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현장밀착형 규제혁신 방안(VI)'을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발표된 방안 중에서 증권업계가 가장 주목한 사항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종합금융투자회사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며, 정부 측은 국회의 조속한 법안 발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함께 밝혔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 향후 종투사는 해외진출 활성화·원활한 자금조달 등을 위해 자사가 직접 지배하는 해외 계열사에 신용공여를 할 수 있게 된다. 종투사의 해외진출 및 사업활동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게 정부의 규제완화 취지다.

그간 자본시장법 제77조3 등 관련 법안은 증권사의 해외 계열사 신용공여 조달을 막는 대표적인 규제였다. 이 법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투사는 해외의 자회사에 신용공여를 할 수 없었다.

이 조항에 영향을 받은 회사들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의 초대형 투자은행(IB)과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이었다. 단,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는 해외법인 신용공여가 가능했기 때문에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지난 6월 26일 금융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이 2016년 11월 베트남 현지법인에 3500만달러(399억원)를 1년간 대여한 것이 종투사의 계열사 신용공여를 제한한 법규를 위반한 사안이라고 판단, 과징금 32억 1500만원과 과태료 1억 1750만원을 부과키로 의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업 특성상 딜 소싱, 인수금융 등 해외영업을 할 때에는 신용공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증자, 현지은행 대출 등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절차도 복잡하고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본시장법 34조와의 상충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이 조항에 따르면 증권사가 지분 50% 이상을 소유 또는 출자했거나 사실상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는 해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는 허용되고 있다. 결국 종투사만 해외 신용공여가 막혀있는 꼴이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지속적으로 관련규제 완화를 요청해온 증권업계는 이번 조치에 환영의 뜻을 피력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미국, 홍콩,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영국, 브라질, 베트남, 몽골 등 국내 최다인 14개의 현지법인을 두고 있어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8개, NH투자증권은 6개, 신한금융투자는 4개, 삼성증권과 KB증권은 각각 3개씩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규제완화 사례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정부가 경청하고 반영해준 선례가 생겼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면서 “국내외 환경 변화로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된 증권사들이 보다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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