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기업들이 격변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재계 1, 2위 삼성과 현대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과 현대차는 총수를 중심으로 미래 시장을 겨냥한 과감한 조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시스템 반도체와 미래차, 디스플레이 모두 세계 1위다.

삼성과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는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우리 수출을 떠받치고 있는 주력 품목이다. 중국의 강한 위협을 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속도와 방향이 중요하다.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하나만 엇나가도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도체와 미래차, 디스플레이 관련 정책 수립에 있어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은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고집하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주 52시간 근무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논란의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재계와 경제단체들은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그러나 과정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는 외면되다시피 했다. 1년이 지난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우려는 더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 상황을 살피는 정부의 시선도 더욱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 수석은 지난 13일 “글로벌 경기 하강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 중이다. 너무 쉽게 ‘위기’를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15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2%로 내렸다.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긍정론을 펴고 있지만, 외부에서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1%대 성장률를 전방하는 기관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도 성장세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 역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반도체·미래차·디스플레이는 미래 시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산업이다. 이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면 다른 산업과의 시너지 확대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미래차·디스플레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집단은 바로 기업이다. 이들은 수십년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싸웠고, 버티면서 지금의 경쟁력을 구축했다.

디지털 전환시대에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는 지략이 절실하다. 앞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와 같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기업 정책은 곤란하다. 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된 맞춤형 성장전략이 없으면 미래 반도체·미래차·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라는 문구를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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