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고종욱(SK 와이번스)과 이지영(키움 히어로즈)의 가을야구가 대조적이다. 고종욱은 실력 발휘를 못하며 고개를 숙인 반면 이지영은 공수에서 펄펄 날고 있다.

SK와 키움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됐을 때 좀 특별한 의미에서 주목 받은 두 선수가 고종욱과 이지영이었다. 둘은 '삼각트레이드'라는 흔치 않은 과정을 거쳐 팀을 옮긴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키움과 SK, 그리고 삼성 구단은 지난해 12월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키움이 외야수 고종욱을 SK로 보내면서 삼성 포수 이지영을 받고, SK는 외야수 김동엽을 삼성으로 보내고 키움에서 고종욱을 데려온 트레이드였다. 세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삼각트레이드였다.

올 정규시즌 활약상을 보면 이 트레이드로 가장 이득을 본 팀은 SK였다. 고종욱은 주전을 꿰차고 거의 전 경기(137경기 출전)를 뛰며 3할2푼3리의 고타율에 56타점 76득점 31도루로 맹활약했다. SK가 2위의 성적을 내는 데 고종욱은 상당한 지분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지영도 제 몫은 충분히 해냈다. 키움은 박동원이라는 주전 포수가 있지만 사생활 문제로 지난 시즌 출전을 못했고, 올 시즌 출전도 불투명했다. 키움이 이지영을 긴급 수혈한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 박동원이 무혐의 판결을 받아 예상보다 복귀를 함으로써 이지영은 박동원과 번갈아가며 키움 안방을 지켰다. 이지영은 106경기에 출전했고, 타율 2할8푼2리로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 사진=SK 와이번스, 키움 히어로즈


그래도 정규시즌 전체 성적을 놓고 보면 고종욱의 손을 들어줄 수 있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키움이 SK를 1, 2차전 모두 꺾었다.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키움이 포스트시즌 들며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포수였다. 주전 박동원이 시즌 막판 무릎 부상을 당해 정상적인 수비가 힘들어진 것. 키움은 이지영에게 주전 마스크를 맡긴 채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이지영은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모두 출전했다. 2차전은 박동원이 선발 출전해봤지만 역시 무리여서 이지영으로 교체됐고, 4차전 선발로 나섰던 주효상도 불안감을 노출해 일찍 이지영으로 바뀌었다. 이지영은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LG를 3승1패로 물리치는 데 든든한 역할을 해냈다.

플레이오프에서 이지영은 더욱 빛나고 있다. 연장 11회까지 열전을 벌인 1차전에서는 9명의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합작 무실점을 일궈냈다. 타석에서도 2안타 2볼넷으로 네 차례나 출루하며 SK 투수들을 괴롭혔다. 키움이 연장 11회까지 가 3-0으로 이긴 데는 이지영의 공수 활약이 컸다.

2차전에서도 이지영은 홀로 안방을 지키며 8-7 재역전승을 이끌어냈다. 특히 6-7로 뒤지던 8회초 공격 1사 2, 3루에서 서진용을 상대로 때려낸 동점 적시타는 결정적이었다. 이후 키움은 대타 송성문이 바뀐 투수 문승원으로부터 역전 2루타를 쳐 경기를 뒤집었다.

반면 고종욱은 2차전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두 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에 볼넷으로 한 차례 출루했을 뿐이다. 1차전에서는 2번타자로 출전해 테이블 세터 역할을 전혀 못해냈고, 2차전에서는 5번 타순에 배치됐으나 방망이가 계속 침묵했다.

SK는 중심타자 역할을 해줘야 할 최정이 타격감을 찾지 못해 무안타에 허덕이는 것과 함께 고종욱마저 안타 하나 치지 못하면서 공격의 흐름이 툭툭 끊긴 것이 2연패의 주요 패인이 됐다.

키움은 1승만 보태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이지영은 지금처럼만 해주면 이적 첫 해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안방마님으로 공로를 인정받게 된다.

SK는 1패만 더 하면 탈락한다. 고종욱은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 정규시즌 때 그랬던 것처럼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전 소속팀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씁쓸하게 가을야구에서 퇴장해야 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