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헤리티지'에서 모티브 얻어 로고와 매장 컨셉 등 바꿔...가격 변화 없고, 온라인 시장 구체성 부족 '아재 브랜드' 이미지 바꿀 수 있을지
   
▲ 정구호 빈폴 고문./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우리나라만이 보유하고 있는 정서, 문화, 철학 등 한국의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대표 내셔널 브랜드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번 '다시 쓰다'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15일 인천 일진전기 공장에서는 올해로 론칭 30주년을 맞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대표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리뉴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빈폴 리뉴얼의 구원투수로 나선 정구호 디자이너도 참석했다. 그는 지난 5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빈폴 크리이에티브 디렉터와 컨설팅 고문 계약을 맺었다. 

정 고문은 빈폴을 리뉴얼 하면서 '한국적 헤리티지, '유산'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우리의 스타일을 외부가 아닌 우리 안에서 찾아보자는 작업인 것이다. 한때 빈폴은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표방했고, 영국의 트래디셔널리즘을 추구하기도 했다. 우리 안에서 우리의 스타일을 찾자는 취지는 매우 공감하는 바가 컸다. 

정 고문은 패션디자이너라기보다 탁월한 패션 사업가, 패션 컨설턴트에 가깝다. 그는 'creater(창조자)'이기 보다 'reconstructor(재구성자)'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기존의 것을 발견하고 변형하고 차용하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또 정 고문은 영화와 무용, 전시 등을 통해 우리의 것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관심을 나타내왔다. 이번 빈폴 프로젝트 역시 그 연장 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영어로 된 로고를 한글로 바꾸고 매장 인테리어도 한국의 80~90년대 주택에서 모티브를 얻어 뉴트로 감성의 베이지와 나무 느낌이 나는 공간으로 꾸몄다. 마치 어릴 적 돈가스를 먹으러 다녔던 경양식 레스토랑 분위기다. 

   
▲ 리뉴얼한 빈폴 매장./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은 향후 플래그십 스토어도 오픈하고 중국 이외의 해외 진출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스트리트 패션 감성 '890311'도 선보이며, 팝업 스토어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릴 계획도 밝혔다.

문제는 로고를 바꾸고 매장 컨셉 등을 바꾼다고 빈폴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빈폴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은 '가격이 비싸다', '아재(아저씨의 낮춤말) 브랜드'라는 점이다. 심지어 빈폴을 두고 '삼성그룹 임직원 할인가로 사는 옷'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빈폴에 대한 이미지를 로고를 바꾸고 매장 컨셉이 바뀐다고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이날 함께 선보인 빈폴의 패션 디자인은 기존 빈폴과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빈폴 아카이브에서 많은 걸 찾아내지 못한 느낌이었다. 

가격도 기존 빈폴과 같은 가격대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890311'을 기존 빈폴 대비 10% 정도 저렴하게 내놓을 것이라는 정도다. 리뉴얼에 성공한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휠라'의 경우, 그 성공 요인에는 디자인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대'도 큰 역할을 했다. 지금 가격대로 얼마나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온라인 시장 전략에 대한 구체성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웠다. 빈폴을 기존 삼성물산 공식 패션몰인 SSF샵에서 판매한다고 했는데 과연 신규 고객이 얼마나 유입될지 모를 일이다. 

정 고문은 과거 휠라 리뉴얼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휠라 부활에 큰 업적을 낸 바 있다. 만약 빈폴까지 성공시킨다면 그는 다시금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빈폴이 휠라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는 회의적이다. 거기에는 휠라는 해외 브랜드이고 빈폴은 국내 브랜드라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정 고문이 빈폴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 약 5개월이 됐다. 2년 계약 기간 빈폴이 얼마만큼 '아재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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