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한국 자동차 분야 적용 결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며 무역협회와 경제단체, 관련업계가 국내 차에 대한 제외를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분야가 '무역확장법 232조'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과 공감대는 형성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한국의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등의 경제악화 양상이 지속되고 있어 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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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이에 민간 사절단이 직접나서 무역확장법 232조 제외를 위한 설득전을 벌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켈리 앤 쇼(Kelly Ann Shaw)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을 만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서 자동차를 포함한 한국산 제품의 제외를 요청했다.
김영주 회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일진글로벌, 포스코 등 8개 국내 기업으로 구성된 민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날 쇼 부위원장을 만난 김영주 회장은 "미국의 유럽연합(EU)·중국과의 무역 마찰,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발생하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긍정적인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는데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한국의 대미국 투자는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 대기업의 미국 내 공장 설립 등 투자를 통해 미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미국은 자동차 232조 조치에서도 한국을 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일 미국 주요 인사와의 교류활동과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위해 대미사절단을 파견한 바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한국산 자동차 관세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차원이다.
사절단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권태신 부회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을 비롯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김종훈 현대자동차 특별자문, 버나드 샴포 한화디펜스 인터내셔널 부사장, 애린 맥그레인 SK그룹 부사장 등이 함께 했다.
이 밖에 포스코 아메리카의 김광수 법인장과 하정진 워싱턴 사무소장, 윤진환 Ohio Coatings Company 수석부사장, 홍재창 KTC그룹 회장 등을 비롯해 법무법인 관계자 등 총 20여 명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절단은 첫 일정으로 미국 상무부 이안 스테프(Ian Steff) 부차관보, 국무부의 데이비드 밀(David Meale) 부차관보와 면담한 자리에서 통상·안보의 측면에서 한국 경제계가 겪는 어려움을 강조했다.
특히 상무부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한국 자동차의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를 중점적으로 전달했다.
허창수 회장은 이날 "한국기업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고용창출을 일궈내는 등 경제협력 강화를 도모하는 시기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 이롭지 않다"며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동차가 핵심 수출품인 한국에 큰 손실이며 될 것이며,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현지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이안 스테프 부차관보에게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한국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적용할 경우 최대 98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의 무역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은 최대 10만명 감소하게 된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일자리까지 타격을 입게 된 다는 것이다.
이후 사절단은 미국외교협회(CFR),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헤리티지 재단 등의 싱크탱크를 방문해 한미관계, 양국 통상 및 투자 관련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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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의 자동차 분야가 '무역확장법 232조'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과 공감대는 형성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한국의 수출물량이 감소하는 등의 경제악화 양상이 지속되고 있어 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또 사절단은 지난 11일 미국 상공회의소와 '제31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도 개최하고 △무역확장법 232조 등 한미통상현안 해소 방안 △북핵·한일분쟁 등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 점검 △혁신성장을 위한 양국 경제계 협력과제 등이 주요 안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총회에는 미국 정부에서는 주요 전·현직 인사가 다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절단은 또 오는 11월까지 유예된 '무역확장법 232조'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확실하게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서도 전달했다.
이런 국내 민간 사절단의 노력에 미국 자동차정책협회(AAPC)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한국적용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알렸다. 다만 한국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가 무역장벽으로 떠오르면 무역확장법과 연계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매트 브런트' AAPC 회장은 "한국시장은 개방되었다. 한국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부과 가능성은 거의 없을 전망"이고 "미국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EU, 일본 등의 시장개방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한국 환경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연비 기준 등 환경규제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의)규제강화가 미국산 자동차 입장에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경우 관세부과조치와 연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즉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환경규제로 대응하면 미국 역시 이를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과 연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 내부에서도 한국에 무역확정법 232조가 적용될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단언할 수 없기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남은 한달간 꾸준히 정부와 민간 사절단이 제외를 위한 설득전이 지속될 전망이고 이미많은 국내기업들의 투자가 진행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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