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현금 복지' 다음 세대 짐…소주성 버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책 모색해야
권력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시작한다는 것은 몰락의 시작이다. 거짓말을 덮기 위해, 국민들의 의심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문제없다'고 강변하는 위정자들은 권력의 불안을 당근으로 위안한다. 

가장 직접적이고 '즉흥적인' 효과는 배고픈 자에게 빵을 주는 것이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울음을 그치듯. 지금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무상'이란 이름하에 판치고 있는 포퓰리즘이 바로 그와 같다. 중독성이 강한 만큼 효과만점이다.

헬리콥터 정부에 뒤질세라 지자체들마저 앞다퉈 내놓는 현금복지성 정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쟁하듯 '묻지마 복지'를 내놓고 있다. 타 지자체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상징성이 있는 서울시, 경기도가 내놓는 정책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세금을 퍼붓는 선심성 정책은 나라살림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에 무게 중심이 있다. 세금을 내는 납세자를 등쳐 자신들이 생색을 낸다. 세금에 의존하는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살만한 사람마저 모럴헤저드에 빠져들게 하여 결국 가난한 사람만이 남는 세상을 만든다.

국회가 오늘부터 513조5000천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22일 정부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500조 원이 넘는 내년도 '슈퍼 예산'에 대한 심사다.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 아래 나라 곳간에 대한 걱정이 심상치 않지만 당정청은 '마이 웨이'다.

   
▲ 내년 예산안에 포퓰리즘을 걷어내야 한다. 세금 복지의 후유증은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소득주도성장이란 검증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문 정부의 조바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반기업 정서의 득세와 함께 쏟아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는 간신히 호흡을 이어온 경제의 숨통을 조였다. 일자리는 폭망하고 자영업자는 문을 닫았다. 성장률은 고꾸라지고 고용보험 수급자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경고가 참혹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0.4%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거뒀다. 올해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된다. 이것조차 정부가 세금을 퍼부은 '덕'이다.

성장률 0.4%를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민간 22%, 정부의 세금 집행이 78%다. 비정상의 정상을 정부는 '견실'하단다. 정말 모른다면 무지고 안다면 국민을 속이기 위한 거짓이다. 1954년 통계 작성 이후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80년 오일 쇼크, 1998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뿐이었다.

일말의 켕김은 있었는지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 탓을 한다. 하지만 주요국 중 유독 한국경제만 벼랑 끝이다. 외부 요인보다는 규제·노동 개혁, 경쟁력 강화 정책에 실패 요인이 있다는 반증이다. 소득 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반기업·반시장 정책이 부른 결과다.

답은 이미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 예산안 중 복지 예산비율은 올해 160조9972억 원보다 12.8% 증가한 181조5703억 원이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 35%를 넘어섰다. 이중 일자리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7697억 원으로 올해 21조2374억 원보다 21.3%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각종 일자리 정책에 52조원을 투입했다. 결과는 청년체감 실업률은 역대 최악, 30~40대 일자리 24만3000개가 줄어드는 역주행을 했다. 알바와 단기 노인 일자리 등에 수십조가 투입됐다. 밑 빠진 독에 혈세만 쏟아 부었다.

중앙정부발 세금 퍼붓기 현금 복지는 지자체로 악성종양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기초연금·아동수당·청년수당·취업수당 등등을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된 규모가 올해 42조원이다. 아무 노력과 기여가 없어도 선심 쓰듯, 용돈 주듯 개인 호주머니에 넣어준 '묻지 마 현금 복지'가 이웃 건너 이웃집이 받는 격이다.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시·군·구가 실시 중인 현금 복지가 무려 167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취업 청년에게 월 6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지급하겠다고 한다. 심사절차조차 없이 3년간 3300억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안산시는 지역 내 모든 대학생에게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등록금을 주는 조례를 만들었다.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정부가 주는 기초연금이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장수수당·효도수당·어르신수당까지 만들어 얹어 주겠단다. 무상교복·무상수학여행은 기본이 됐고 분뇨 수거 수수료,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의 별의별 현금 뿌리기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국민 호주머니를 자기들 쌈짓돈인양 여긴다. 지하철 요금 50원을 인상했다가 칠레는 30년만에 국가 비상사태를 맞았다. 이들을 분노케 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싼 수준이라고 발표한 당국의 거짓 섞인 변명이었다. 국민은 이렇게 무섭다.

세금은 세금을 낳고 그 세금은 또 다른 세금을 낳는다. 세금 복지의 후유증은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짐이다.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도 공정하지 않다. 공정하지 않은 결과에 억지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내년 예산안에 포퓰리즘을 걷어내야 한다. 복지예산도 문제지만 남북협력기금도 이에 못잖다. 남북협력기금은 올해보다 10.3% 늘어난 1조2200억 원이다. 소강국면에 빠진 남북관계에 '희망고문'으로 치러야 할 비용치곤 현실성 없다. 두 눈 크게 뜨고 걸러내야 한다. 최악의 20대 국회가 그나마 국민에게 보여줄 마지막 기회다. 

간디의 망국론 7가지 중에 첫 번째가 '원칙 없는 정치'다. 두 번째는 '노동 없는 부'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원칙이 사라진지 오래다. 외교도 안보도 외톨이가 되어 가고 있다. 노동 없이도 세금으로 현금을 퍼준다. 나라가 망가지기 전에 가슴깊이 새겨들어야 할 간디의 경고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