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IFA’ 기간 중 자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장급 경영진의 실명을 거론하며 수사 의뢰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조 사장과 LG전자 일부 임직원이 지난 3일(현지시간) IFA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 베를린 시내의 가전 양판점에서 삼성전자 독일법인 소유의 드럼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해놓고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경쟁사 제품을 살펴본 사실은 있으나 고의로 파손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LG전자 임직원들은 지난 3일 유럽 최대 양판점 자툰 베를린 유로파센터 매장에서 삼성 크리스탈 블루세탁기를 파손시키다가 적발, 매장측에 세탁기 4대에 대해 변상조치를 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다른 매장의 제품을 점검하던 중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의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3대가 동일한 형태로 손괴돼 있는 사실을 발견, 이를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슈티글리츠 매장측과 삼성전자가 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 중 한 명이 세탁기를 파손시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고,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은 다른 매장에서 당사 제품을 파손시키다가 적발된 직원이 LG전자의 사장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이 국내업체 사장이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국가적 위신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해당 국가에서는 사안을 확대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해당 업체는 제품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거짓해명으로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을 교묘히 비하해 당사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법기관의 판단을 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다”며 “아울러 기업간의 올바른 경쟁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흡집 내기’라며 반박에 나섰다.

LG전자 측은 입장자료를 통해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현지 매장은 일반 소비자들 누구든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살펴 볼 수 있는 양판점이었고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해당 매장을 방문해 여러 제품을 살펴 본 사실이 있다”며 “다만 해외 출장 시 경쟁사 현지향 제품과 그 사용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어느 업체든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LG전자는 또 “다른 회사 세탁기들과는 달리 유독 특정 회사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며 “여러 회사 제품을 똑같이 살펴보고 나왔으나 해당 매장측에서는 당사 임직원 방문 후 지금까지 당사에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