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노동개혁의 불씨를 살리고 기업인의 경제 의지를 북돋워야
소비·소득·수출이 동시에 악순환에 빠지면서 한국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물가는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제자리걸음 아니면 마이너스다. 소비 부진→재고 증가→생산·투자 위축→일자리·소득 감소→소비 부진이라는 위기감이 공연한 우려가 아니다.

10월 수출은 전년 대비 14.7% 줄어들면서 11개월째 연속 감소했다. 미·중무역전쟁이나 한·일 경제보복 같은 대외적인 요인을 감안한다면 당장 수출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효자종목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경제가 이렇게 흔들리는 건 외적인 요건도 영향을 미쳤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한국은행까지 나섰지만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다. 

돈을 돌게 해 고꾸라진 소비와 투자를 살리겠다는 조치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시중 대출금리는 거꾸로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바라던 효과와는 정반대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소비와 기업 투자가 더 위축될 판이다.

시장의 역설은 정부의 슈퍼예산과 이에 따른 대규모 재정적자가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년에 발행할 국채만 130조원에 이른다는 지난 8월 정부 발표 직후부터 계속 금리가 오르는 추세다. '채권이 대규모로 풀리면 금리가 오른다'는 시장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법칙 앞에 한은의 금리 인하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후 전북 군산 명신 공장에서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불길한 징조다.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나라 곳간을 푸는 것을 불가피하다. 하지만 효율성과 적재적소에 투입되지 못하는 선심성, 낭비성 예산이 발목을 잡는다.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해가며 각 지역에 나눠 준 선심성 SOC 예산,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제로페이 지원 122억 등은 이해불가다. 

숲은 보지 못한 채 나무만 보고 내놓는 정부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경제민주화로 대변되는 3대 경제정책 모두가 삐걱거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주도성장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주52시간 근무제는 고용절벽과 비정규직의 증가를 불러왔다. 

온갖 규제로 혁신 성장을 보여 주는 4차 산업혁명은 과연 이 땅에서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던져준다. 반기업정서만 부추기는 경제민주화 등 모든 정책이 시장의 역풍을 맞고 있다. 엇박자만 내는 정부의 정책을 엄중하게 봐야하지만 희망고문만 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일자리와 소득불평등을 악화시켰다, 정부는 이를 재정 투입 확대로 해결하려 한다. 재정 확대의 속도는 국민소득 증가하는 속도보다 빨랐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 식의 정책은 결국 재정만 낭비했다. 노동시장제도의 유연화 없는 일자리 해결은 불가하다는 것을 시장이 증명했다.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 오르는 사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29%나 감소했다. 국내총생산(GDP)이 4.6% 늘어날 때 세금은 무려 두 배 이상(9.4%) 증가해 살림살이는 더 궁해졌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27.5%로 올려 세수를 확대했다.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모두가 어려워졌다.

'포스트 조국 정국' 타개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민생·경제였지만 달라진 게 없다. 기업의 숨통을 죄는 온갖 법안들로 옭아맨 체 기업행사에 얼굴을 내민다. 오직했으면 문 대통령과 정부가 돕는 것 하나 없으면서 기업 투자에 숟가락 얹는 쇼를 한다는 말들이 쏟아질까.

규제해소를 위한 방안은 요지부동이다. 앞장서야 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마음은 이미 내년 총선에 가 있다. 사실상 20대 국회는 막을 내리는 셈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설립의 대표적인 규제인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비롯해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 등 혁신성장 법안 처리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일명 '5% 룰' 완화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문 대통령이 보완책을 요구한 주 52시간제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 등도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한국경제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4차산업 혁명의 재앙이 될 획일적 주52시간제 역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실종된 노동개혁의 불씨를 살리고, 기업인의 경제 의지를 북돋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