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방한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일 “이날 오전에 (외교부에서) 환상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세영 1차관을 잇따라 만난 뒤 이날 오후에는 정석환 국방부 정책실장과 면담하기 위해 국방부를 찾았다.

스틸웰 차관보가 “환상적인 논의”라는 말을 언급한 것을 볼 때 그동안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요구해온 미측의 요구에 우리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에서 기자들과 만난 스틸웰 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매우 고무됐다”며 “이는 관계가 더 개선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encouraging sign)라고 본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가 언급한 한일 정상 간 대화는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약 11분간 단독 환담을 가진 것을 말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필요하다면 고위급 협의를 가져가는 방안도 검토해보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협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따라서 스틸웰 차관보의 발언으로 지소미아 종료 철회와 관련해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는 “한일 간 현안과 관련해 강경화 장관은 그간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법 마련을 위해 우리가 취한 노력을 설명했고, 미측은 이러한 노력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7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의 면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또한 스틸웰 차관보는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pin)"이라며 ”방콕에서의 논의를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외교차관보 회의를 갖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협력을 망라한 설명서(Fact Sheet)를 채택했다.  

이번에 스틸웰 차관보가 방한하던 날 미국에서 경제·외교·군사 분야 핵심 당국자들이 한국을 동시에 찾았다. 

미국은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가 같은 날 방한했다.

또 키이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20여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서울에 도착해 6일 한미경제협력 관계 최고위급 협의체인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 참석한 뒤 7일에는 ‘제3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 참석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정부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 철회 요구는 물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과 트럼프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 간 연계 문제를 동시에 논의 테이블에 올려 압박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드하트 대표의 경우 비공식 방한한 것으로 3박4일 동안 우리 측 수석대표인 정은보 방위비 협상대사와 비공식 만찬을 갖고 국회를 방문하고, 언론계 인사들도 만날 예정이다. 방위비 대폭 증액을 추진하는 트럼프행정부의 입장을 설파하면서 한국 내 여론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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