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동 "상한제 신경 안쓰는 분위기, 흑석도 집값 많이 올랐다"
흑석동 "안도감 있지만 추가 지정 예고는 불안, 풍선효과 기대"
"주택 공급 물량 감소만…'로또청약'·전세시장 불안 부작용 우려"
   
▲ 반포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문을 닫았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반포동 상한제 지정은 이미 예측했던 거라 잠잠한 분위기입니다. 다만 반포뿐만 아니라 흑석도 집값 많이 올랐는데 왜 우리만 잡는지 의문이네요. 정부의 지역 선정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반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흑석동은 상한제를 피해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지만 정부의 추가 지정 예고에 불안한 심리는 있어요. 집주인들이 발표 나오자마자 내놓은 매물 다 거둬들이고 있어서 매물이 씨가 말랐어요."(흑석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지난 6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 선정 발표에 서초구 반포동과 동작구 흑석동 부동산 시장은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신반포3차, 강동구 둔촌주공 등 총 87개 단지가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됐다. 반면 양천구 목동과 동작구 흑석동, 서대문 북아현, 경기도 과천 등 최근 시장 과열 조짐이 보였던 곳들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전경/사진=미디어펜.

지난 7일 상한제 사정권에 들어오는 정비사업 단지가 밀집돼 있는 반포동을 찾았다. 소송이 걸려 있어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관리처분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있는 3주구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은 문을 굳게 걸어 잠가 적막이 감돌았다. 반포주공 1단지 주민 A씨는 "공인중개사들이 문을 열었다가 닫다가 하는 거 같은데, 대부분 공인중개사들이 문을 잠그고 영업을 쉰지는 꽤 된거 같다"며 "부동산 합동조사나 상한제 시행 등 때문에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추진 중에 있는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통합재건축 단지(‘래미안 원베일리’)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 공인중개소들은 정부의 합동점검 때문에 한 달 만에 사무실 문을 열었다며 상한제 지역 선정 결과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덤덤하다고 입을 모았다. 

   
▲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 사무실/사진=미디어펜.

신반포역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한제 적용은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인근 집주인, 조합원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신반포3차·경남  조합이 통매각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 상대로 소송으로까지 가고 있는데 사실상 상한제 시행으로 로또 청약 등 역효과만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조합(원베일리)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일반분양가(전용 84㎡ 기준)가 3.3㎡당 평균 290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포동 대장주 단지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34억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원이다. 원베일리 전용 84㎡가 조합 예상대로 10억원에 분양되면 시세 차익만 24억원에 달하는 초대박 '로또 청약' 단지가 되는 셈이다.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동작구 흑석동, 양천구 목동, 경기도 과천이 상한제 대상 지역에 제외된 것에 형평성이 어긋난 선정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7일 발표한 '11월 1주(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상승했다. 반포동이 들어가 있는 서초구는 0.13%의 상승률을 보이며 평균 상승세를 웃돌고 있다. 흑석동을 포함하고 있는 동작구는 0.13%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초구와 동작구 집값 상승률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터미널역 인근에 위치한 N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흑석, 목동, 경기 과천 등 반포랑 비슷하게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왜 제외됐는지 모르겠다"며 "신반포 일대 조합원이나 집주인들이 현재 집을 내놓지 않고 있어 매물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는 지속적으로 들어오기는 하는데 상한제 지역 발표 이후 집값이 낮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관망하는 분위기이다"고 말했다.

   
▲ 흑석동 대장주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하임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전경/사진=미디어펜.

반면 상한제의 칼날을 피하게 된 흑석동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흑석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흑석동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자마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이는 등 풍선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흑석동은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앞두고 있는 흑석3구역과 지난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흑석9구역이 반사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흑석동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상한제 지역 추가 지정 예고에 불안한 심리는 여전히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시장 과열 조짐이 보이면 바로 상한제 대상 지역 추가 지정을 예고해 시장 일대가 눈치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흑석역 인근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한제를 피하게 되면서 집주인, 조합원 모두 안도하고 있지만 정부의 상한제 지역 추가 지정 예고에 불안한 심리는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한제 지역 선정 발표가 있던 날 집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 거둬들여 현재 매물 품귀 현상이다"며 "대기 수요자들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상한제 선정이 안 되자 오히려 흑석동 일대를 저평가해 매수를 주춤하는 분도 계시고, 풍선효과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겠다는 심리가 반영돼 매수 문의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동작구 흑석동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에도 서울 집값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 정부와 시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반포동 K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공급 물량이 감소해 신축뿐 아니라 구축 아파트도 집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반포동 일대 아파트값도 시장 시세 상승 움직임에 따라 오를 것이다"며 "정부가 시장을 개입하면 안 되는데, 정부가 계속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규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흑석역 인근 J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집값 상승은 정비사업 단지 규제가 심하고 집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퇴로가 막혀 대기 수요로 웃돈이 붙으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며 "현재 저금리 등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어 유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려들어 올 수밖에 없는데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향후 집값 조정을 기대하기 어렵고, 로또 청약, 전셋값 급등, 풍선효과 등 부작용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이라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내년 4월 28일까지만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신청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