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16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연장 결정에 따라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했으나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졌다.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울산 본사에서 제37차 교섭을 열었으나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다 3시간 만에 교섭을 끝마쳤다.

앞서 노조는 지난 3일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 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으나 중노위가 '추가교섭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조정연장 결정을 내림에 따라 다시 협상을 재개했다.

노사는 일단 중노위의 결정을 받아들여 이날부터 19일까지 4차례 매일 집중교섭을 벌이기로 한 상태다. 중노위에서 정한 조정기간은 오는 25일까지로, 조정기간 중 파업할 경우 불법 파업이 된다.

하지만 노조측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다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결국 교섭장을 떠났다.

사측은 지난 35차 교섭에서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원 지급 ▲정기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제시안을 내놨다. 또 단체협약으로는 ▲정년 60세 확정(2015년 1월부터)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측이 요구하는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추가 ▲호봉승급분 5만원으로 인상(현 2만3000원)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과 격차가 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권오갑 신임 사장 취임으로 협상에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여전히 양측이 줄다리기만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도 임금인상분, 정년연장 등에서 입장 차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교섭과는 별개로 오는 17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쟁의를 결의한 뒤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파업 돌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권오갑 그룹기획실장(사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노(勞)와 사(社)라는 편가르기도 그만 두자.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현대중공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힘을 모아 다시 시작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19년 연속 무분규 임금단체협상 타결 기록이 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