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동물병원 감시할 기관 필요해"
수의학계 "의료영역과 수의료영역 구분해 생각해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커지는 펫보험 시장에서 수의사의 ‘모럴해저드’가 확대될 가능성이 엿보이며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메리츠화재가 발표한 펫보험 관련 보고서에서 수의사의 과잉진단을 의심할 수 있는 수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선 동물병원을 감시할 기관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수의사협회는 사람과 동물의 의료체계를 구분하지 못한 판단이라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체계와 수의료체계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12일 메리츠화재가 발표한 펫퍼민트 1주년 반려동물 보험 분석자료에 따르면 반려묘의 보험금 지급 건수 1위는 구토·설사·혈변이 차지했다. 지급액 역시 구토·설사·혈변이 9.2%로 가장 높았다. 

다만 한 수의사는 “건강한 고양이를 기준으로 봤을 경우에도 월 1~2회 구토는 이상한 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는 등 일각에선 고양이들의 구토가 보험금 지급 건수와 지급액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고양이의 구토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헤어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어볼은 고양이가 털을 손질하며 삼킨 털이 몸속에 쌓이면서 이룬 단단한 털뭉치로, 털 대부분은 소화기관을 거쳐 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일부는 위장에 쌓이면서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헤어볼 억제 사료나 빗질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사료를 급하게 먹어서 토하는 ‘토출’도 종종 일어난다. 토출은 내용물이 소화가 되지 않고 다시 나오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경우 고양이에게 사료를 천천히 먹도록 도와주는 경우 구토의 횟수를 줄일 수 있어 특별한 진단을 요하지 않는다. 

고양이와 7년째 반려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묘주는 “함께 생활하는 초기 고양이의 구토에 자주당황해 병원으로 발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시 병원에선 고양이의 구토는 색이 이상하거나 피가 섞인 토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큰 문제가 아니라며 더이상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메리츠화재에 문의해본 결과 구토·설사·혈변의 경우 치료의 목적보단 ‘진료’의 목적으로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 수의사들의 과잉진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잉진료는 펫보험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보험시장에서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를 양산할 수 있어 지양돼야하는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검사하는데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의 경우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서 견제를 하고 있지만 동물병원의 경우 과잉진료를 견제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잉진료를 중재하거나 검토하는 기관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관련 제도 역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수의업계는 수의료영역과 의료영역을 구분지어 생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 수의사협회 관계자는 “각 진료는 개별 수의사의 능력 별로 다를 수 있다”며 “고양이의 구토가 빈번하긴 하지만 이를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각 의사의 고유 진료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의학계를 중재할 기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그와 같은 기관은 세계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세금을 거둬들여 운영되는 의료학계와 그렇지 않은 수의학계를 구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의학 교과서는 구토의 원인을 대분류로 8가지를 들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33가지 질환을 체크해봐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수의사는 "구토는 그 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구토를 유발한 기저질환이 무엇이냐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정확한 진단 없이 구토를 방치할 경우엔 반려동물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험업계에서도 보험금 지급의 사유를 ‘구토, 혈변’ 등의 증상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구토 또는 혈변을 유발하는 질환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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