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과 반성보다는 자화자찬 일색…경제·안보 총체적 위기 국민 불안 가중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넘겼다. 후반기로 접어드는 첫날인 10일은 일요일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을 초청 만찬을 했다. 노영민 비서실장과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실장 세 사람도 기자회견을 가졌다.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후반 첫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2년 반의 국정운영 평가와 남은 2년 반에 대한 방향을 얘기했다.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이고 방향은 새로운 것 하나 없는 희망고문의 연장선이다. 혁신·포용·공정·평화를 되풀이 했다. 말잔치로 끝난 소통의 강조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난 2년 반 동안 경제는 멍들고 안보는 흔들렸다. 경기는 침체되고 고용은 절벽이다. 양극화는 심화됐다. 남북관계는 빙하기다.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다. 포퓰리즘이 판치며 나라 곳간은 비어가고 있다. 성적표는 들여다보기가 겁날 정도로 암울하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시험대에 오른 대한민국의 지난 2년 반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은 자영업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고용을 얼어붙게 했다.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수출은 막히고 소비는 줄고 성장률은 쪼그라들었다.

조국 사태에서 보인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태도는 공정과 정의를 모욕했다. 서초동과 광화문은 온통 갈등의 분출구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은 딸 표창장 위조, 금융실명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14개 혐의로 구속기소중이다. 그럼에도 조국 전 장관은 여전히 피해자 코스프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년 반의 국정에 대한 평가에서 고용, 성장률, 안보 불안에도 불구하고 자화자찬으로 끝났다. /사진=청와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저자세는 안보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올해에만 총 12차례 발사체 시험을 거듭하며 위협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KADIZ와 영공을 수시로 침범하고 있다. 그래도 북한을 향한 구애는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라고 해도 입도 뻥긋 않는다.

우리 정부와 군을 향한 북한의 막말은 국민들의 자존심까지 뭉개고 있다. '바보' '개' '똥' '웃기는 것' '도적' 등에 비유해도 정부와 군은 함구한다.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체면이라도 좀 세워보려고 허튼 망발을 늘어놓는다면 기름으로 붓는 불을 꺼보려는 어리석은 행위가 될 것"이라는 국방부 장관 실명 비난에도 제대로 항의조차 못한다. 국민의 자존심은 팽개쳐졌다.

남은 2년 반은 더욱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것 같다. 자성과 반성과 변화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국민의 높이와 청와대의 진단은 너무나 거리가 있다. 이웃나라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자기 합리화와 자찬으로 포장된 그들의 말속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혼란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무엇이 기적 같은 변화안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지금 북한은 통미봉남 전술로 남한을 압박하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부터 한미연합훈련에 눈치보고 있는 정부에 대놓고 미사일 시위다. 이게 기적이라면 김정은의 말대로 "삶은 소대가리"다.

신산업 육성과 벤처붐 확산 등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고 자찬했다. 타다 사태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얼마나 공감할까. 규제 해소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척결보다 어려운 문제임을 알고 있다. 눈치보기만 하다가 뒤늦게 책임은 지지 않고 비판에 숟가락을 얻는다.

나라 곳간은 빈 게 아니라 이미 빚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곳간에 있는 작물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며 나라 살림살이에 대해 얘기한다. 예로부터 곳간 열쇠는 시어머니 몫이라고 했다. 함부로 열고 닫고 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허투로 쓸 수 없음이고 또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준비다. 

정부 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들어 이미 57조원까지 늘어나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으로 세금은 줄었는데 정부 씀씀이가 늘어난 탓이다. 국민 세금을 청와대는 "썩어버린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펑펑 쓰는 게 자랑인양 말한다. 경제가 아니라 국민 상식을 벗어나는 궤변이다. 빚덩이를 떠넘기기엔 이미 차고 넘친다.

고용은 절벽이고 성장률은 나락이다. 양극화는 심화되고 비정규직은 늘고 있다. 조국 사태가 부른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에 1조 원이 든다는 비용 파악조차 못한 교육부는 혼란 반성 대신 "소통을 강화했다"는 자위적 보고서를 냈다. 참으로 후안무치다.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 모든 영역으로 확산시켜 가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었다" "지난 2년 반은 국가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과정" "후반기는 도약해야 하는 시기". 문재인 정부 2년 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서다.

잘 하고 있으니 그대로 하겠다는 거다. 진영전쟁과 국론 분열, 고용 참사, 성장률 저하…. 반성과 자성은 없다. 이대로라면 2년 반 뒤 대한민국의 모습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것이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가지 않은 길을 걸은 대가를 톡톡히 지불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지난 일기장을 한 번이라도 펴보기 바란다.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이를 꿰뚫는 말을 남겼다.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는데, 내가 왜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는지 해석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키워서 열매가 있으면 국민들이 나눠 갖지 자기에게 오는 것은 없다.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정치인의 희생정신이라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열매를 따먹겠다고 그러면 교도소밖에 갈 길이 없다." 새겨들을 말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