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희연 건설·부동산 기자.
[미디어펜=손희연 기자]"관련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인 줄 알면서 다들 한다. 다른 곳이 하니 안 할 수도 없다. 정부의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남3구역, 갈현1구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설사들의 이전투구 수주전에 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2017년 하반기 재건축·재개발 단지 수주전 화두는 '클린 수주' 경쟁이었다. 당시 수주전은 건설사들의 금품·향응 제공은 물론 온갖 비리와 비방전이 난무했다. 이같은 수주전의 민낯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정부는 부랴부랴 클린 수주 경쟁을 이끌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 시 수주비리가 있는 건설사에 시공권 박탈 또는 공사비의 20% 과징금,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개선책을 내놓았다. 

이어 올해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건설사 수주비리에 대해 ‘3진 아웃제’를 도입했다.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를 방지하고자 건설사·조합의 공사비 증액요구에 대한 공사비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대형건설사들도 2017년 ‘클린 수주’를 선언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수주 경쟁을 펼치겠다고 자정 결의했다. 

2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다. 건설사들은 콧방귀라도 뀌듯 한남3구역에 위법 소지로 보이는 입찰제안서를 들이밀었다. 건설사들은 앞다퉈 상호 간 비방전도 서슴지 않으며 제 살 깎이 수주전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부동산 출입 기자로서 재건축·재개발 단지 수주전이 이슈화될때 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건설사 수주전 바닥이 원래 다 이렇다" "OS요원이 조합원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홍보하는 것은 수주전 관행이다"이었다. 

정부가 클린 수주 경쟁을 위한 개선책을 내놓아도 건설사들이 자정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복마전으로 변질하는 수주전 관행을 끊기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건설·부동산 한 전문가는 정부가 도시정비 시장을 너무 옥죄자 일감이 줄어들어, 건설사들이 수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도시정비 시장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각에선 조합이 도시정비 시장의 '왕'이라 조합 자신들의 편익을 위해 건설사에게 무리한 입찰 제안을 요구, 건설사도 어쩔 수 없이 무리한 제안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의구심이 생긴다. 정부가 도시정비 시장 규제를 완화하거나 조합이 건설사에 무리한 입찰 제안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해도 현재 펼쳐지고 있는 '진흙탕 수주전 문화가 근절될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수주전 끝에는 진정한 승자가 없다. 

건설사는 수주전 끝에 시공권을 확보해도 소송전에 휘말리거나, 수주전 당시 조합원의 표심을 얻고자 무리하게 내밀었던 입찰(사업)제안서를 지키지 못하게 돼 조합과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업이 표류하거나, 과열된 수주전에서 발생한 비용 증감은 사업비까지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재산권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이제는 정부가 보여주기식에만 그치는 클린 수주 경쟁 개선책이 아닌 본보기를 보여줘야 할 때다. 정부의 한남3구역 특별점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특별점검을 해도 이같은 수주전 문화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한남3구역 특별점검 결과, 위법행위가 나와 처벌을 한다고 해도 단순 보여주기식 경고이거나 솜방망이 처벌에만 그친다는 것. 정부의 강력한 조치로 악순환되는 진흙탕 수주전 문화가 근절돼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선진적인 수주전 문화로 바뀌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 한남3구역 일대./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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