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 위원장 이적단체 행사 중학생 동원…단순 반미교육 차원 넘어서
인헌고의 정치편향 교육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학생에게 "너 일베지"라고 한 특정 노조의 위원장인 A교사가 있다.

국회까지 번진 불길은 정치편향 교사에 대한 철퇴를 내리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까지 이어졌고,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은 전국 16개교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국학생수호연합이 됐지만, 서울시교육청이나 학교 측은 '편향교육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과연 그럴까. 최근의 일은 일부 학생들의 말이라고 폄하해버리면서 검증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렸으니 검증이 어렵다고 해도 과거에 A교사의 행적을 보면 그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A교사는 최근 서울 Y중 근무 당시 수행평가 점수로 반미 연극을 관람시켰던 일에 대해 "살아있는 풍부한 국어교육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반미교육으로만 알려진 이 날 행사의 취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해명은 무색해진다. 

   
▲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인헌고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해당 학교에서 사실관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이 참석한 행사는 '6.15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노조 1세대 퇴직교사가 운영하는 시설의 1주년 기념행사 자리였다. 실천연대는 광화문네거리에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찬양하고, 북한 간부에게 활동 지침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2010년 7월 23일 대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판결받은 바 있다.

이 자리의 참석자들이 6.25 전쟁 미국 유도설을 설파하는 등 반미교육을 한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천연대가 6.25 남침 유도설과 북핵 개발의 미국 책임론 등을 설파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관람한 연극의 줄거리 자체에도 반미사상은 담겨 있었다. '할아버지의 필통'이라는 제목의 이 연극에서 주인공인 우리나라 여대생 주영이 강제징용됐던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떠난 일본여행에서 우연히 미군의 괴롭힘을 받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주인공은 남북통일 모임을 이끄는 종태 도움을 받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연극의 내용 역시 이를 상연한 극단을 보면 이상할 것은 없다. 연극을 상연한 극단 'OO'(당시 명칭 'OOOO OOO')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은 황선 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행사에 장소를 제공하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내란음모 사건을 공안탄압으로 규탄하는 연극을 공연하기도 한 바 있다.

이런 행사에 학생들을 점수를 이용해 동원한 것이 '살아있는 풍부한 국어교육'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하는 바로 그 사람이 지금 인헌고에서 정치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 만할까. /박남규 교육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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