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준 M2 증가율 3년반 만에 최고수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기록적인 저금리로 인해 시중통화량이 약 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자금 상당수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결국 은행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화폐유통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질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통화량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발표한 ‘2019년 9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시중통화량(M2)은 2852조원(평잔)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6%나 늘어난 수준이며 2016년 3월(7.8%)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기도 하다. 

   
▲ 사진=연합뉴스


M2는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을 의미하는 지표다. 현금통화를 비롯해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 상품이 포함돼 넓은 의미, 즉 광의의 통화 지표로 불린다. M2가 높다는 것은 단기 자금화가 가능한 돈이 시중에 그만큼 많이 풀렸다는 것을 뜻한다. 

2010~2014년 평균 5.9%였던 M2 증가율은 거듭된 금리인하 영향으로 2015년 4월 이후 8~9%대로 뛰어올랐다. 2016년 3월부터는 6~7%대로 떨어져 5%대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시중통화량 증가폭이 커진 것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2년 미만 정기예적금(9조 8000억원 증가), 수익증권(4조 6000억원 증가) 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낮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행의 정기예금과 적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통화량(M2)으로 나눈 ‘화폐유통속도’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화폐유통속도는 통화 1단위가 상품·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몇 번이나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다. 

화폐유통속도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그만큼 돈이 돌고 있지 않고 경제 활력이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지난 1분기 화폐유통속도는 0.6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바 있다. 이어서 2분기에도 0.69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경제상황이 그만큼 경직돼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낮다는 걸 알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큰 탓에 손실을 회피하는 성향이 크게 자극된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통화가 계속 은행에만 머물러 있을 경우 경기 침체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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