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44세에 프랑스行, 가난과 사투 끝 인정받아…현대화랑에서 오는 30일까지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한국 추상회화 선구자'로 꼽히는 남관(1911~1990)은 1955년 44세 나이에 프랑스로 떠난다. 몽파르나스에 화실을 마련하고 파리에서 13년간 활동한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활동한 국내 작가다.

   
▲ 남관 작가 /사진=현대화랑 제공


파리에 정착한 지 1년 만인 1956년 파리시립미술관이 기획한 '현대국제조형예술전'에 참여하고, 1958년에는 당대 파리 화단을 이끈 전위 작가 예술모임인 '살롱 드 메'에 한국인 최초로 초대받는다.

당시 남관을 초대한 평론가 가스통 딜은 "남관이야말로 서양문화를 흡수하고 동양문화의 어느 일부조차 희생시킴 없이 동서를 분리시키면서 동시에 융합시키는 거의 독보적인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남관은 '살롱 드 메' 단체전에 연이어 참여하고 1966년에는 망통회화비엔날레에서 1등상을 수상하는 등 명성을 얻었다.

남관 회고전이 열린다. 현대화랑에서 여는 남관의 5번째 전시로, 작가가 파리로 건너간 1955년부터 작고한 1990년까지 제작한 시대별 주요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은 큰 틀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말까지 작가가 파리에 머물던 시기 작품과 1968년 귀국 이후부터 작고 전까지의 작품이다.

'파리 시대' 남관은 고대 유물과 유적지에 영감을 받은 작품을 발표했다. 때 묻은 벽, 황폐한 뜰, 오래된 성이나 유적 잔해처럼 보이는 풍경이 펼쳐진다. 회색이나 자색 계열 물감으로 세월이 흘러 마모되거나 녹슨 듯한 색감과 질감을 냈다.

한국전쟁 당시 해군종군화가단으로 활동하며 참혹한 전쟁을 목격한 작가는 전쟁의 어두운 기억과 동양적인 이미지를 드러냈다.

반면 '서울 시대' 작품은 청색을 중심으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콜라주와 데콜라주(콜라주 방식을 역이용해 화면에 붙인 재료를 떼어내 그 부분에 다시 색을 칠하는 기법)를 통해 추상과 구상 성격을 동시에 가진 독특한 작품세계를 완성한다.

   
▲ 남관, 삐에로 가족 85-A, 129X159cm /사진=현대화랑 제공


현대화랑 관계자는 "남관은 파리에 가장 먼저 건너가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추상미술사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작가"라며 "고대 상형문자와 한자 등을 떠올리는 형상을 도입하고 자른 종잇조각을 캔버스에 움직이며 화면을 구성하는 등 굉장히 실험적인 요소를 가진 작품들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관 회고전은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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