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나흘 앞둔 가운데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의 담판에서도 한일 간 지소미아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 한국은 물론 일본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공전했다.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계기로 17일(현지시간) 열린 한일 국방부장관 회담장에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굳은 표정으로 5분 늦게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고노 방위상은 각자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회담을 마쳤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일본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고, 우리에게도 지소미아를 유지하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지소미아가 한미동맹 상징이고 단순한 정보 공유를 떠나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이유로 한일 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지소미아는 국방당국 간에 해결될 상황이라기보다는 현재는 양 정부당국 차원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라며 “외교적으로 굉장히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어 그런 결과를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외교적 노력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지만 지소미아 문제 해결의 출구가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취했던 수출규제 조치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수출제한 조치를 바꿀 의사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고노 방위상은 정 장관에게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올 1월까지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우리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과 대조영함에 화기 관제용 레이더를 가동한 것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장관은 “추적 레이더가 아니라 탐색 레이더를 가동했다”고 반박했지만 고노 방위상이 1년 넘은 사안을 꺼낸 것 자체가 지소미아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이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이 “일본정부는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조건으로 수출규제를 철회해달라는 우리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 장관을 만난 고노 방위상의 태도는 우리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철회에 대한 명분을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 

당초 한일 간 문제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한국정부가 한미일이 연계된 지소미아 종료로 맞대응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제기되면서 장기적으로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개에도 차질을 빚는 등 한미일 안보협력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국방부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을 가진 뒤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유지를 주장하며 “지소미아의 만기나 한일관계의 경색으로 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며 “이런 공통의 위협이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할 수 있도록 다시 저희의 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리기 위한 노력을 올리는 것보다 강력한 이유가 있나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언론이 18일 전날 방콕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 결과를 보도하며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도 한일 양국이 물밑에서 벌이고 있는 막판 외교전도 소개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은 일본측에 지소미아를 연장할 대의명분을 달라고 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며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정보교환을 제한하는 안인 기존의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를 보강해 다시 체결하는 방안 등 복수의 타협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티사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경유해 간접적으로 군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약정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아직 종료된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어떤 방안이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우리가 그런 안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앞으로 미국의 막판 중재 역할도 주목된다.

이미 이달 초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던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오는 22~23일 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일본 나고야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와 동행하는 스틸웰 차관보를 통해 미국이 막판 중재보다 ‘포스트 지소미아’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공식 종료를 발표할 경우 미국정부가 공개적으로 실망과 불만을 표출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노골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위비 협상이 잘 안될 경우 미국이 주한미국 감축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미국이 핵심적인 대북정보를 한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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