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업 변화‧현실 직시해야…과감한 '금융 자율화' 필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경제가 과거의 자부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금융자율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국내 금융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금융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선진국들의 경우 금융산업의 성격이 밑바닥에서부터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금산분리 등 금융규제가 과도한 측면이 있어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 미디어펜이 18일 오후 ‘한국금융의 미래와 규제혁신’이라는 주제로 2019 금융포럼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은 ‘한국금융의 미래와 규제혁신’이라는 주제로 2019 금융포럼을 18일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현장에 참석한 각 분야 경제 전문가와 실무자들은 현재 한국 금융 산업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우리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개막식에는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를 비롯해 김종석‧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관계 인사와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를 대표하는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석자와 청중들은 행사 시작 전인 오후 1시 30분경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복도를 가득 메웠다. 특히 기조강연을 맡은 이병태 교수의 강의 내용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우선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는 개회사에서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규제혁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금융과 IT산업의 융복합화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금융시장의 기술과 시장의 진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개될 금융시장 모습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특히 데이터산업이 금융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를 금융업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의원과 함께 정무위 소속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불거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최 의원은 “금융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정부와 당국이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금융이 새롭게 우리나라의 돈벌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미 금융을 발전시켜 온 사람들의 영역”이라면서 “그 분들이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포럼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 센터장,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민병오 미디어펜 편집국장 /사진=미디어펜


이후 진행된 기조강연에서는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가 단상에 섰다. 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을 ‘방안의 코끼리’에 비유하며 “우리는 현재 거대한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음에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은산분리를 넘어 금산분리까지 하고 있는 나라는 몇 없는데 한국이 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하고 있는 것들을 과감히 민영화해야 고임금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선진국들의 경우 핀테크(FinTech)가 부동산 산업에까지 진출해 RTO(Rent to Own) 산업이 활성화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금융산업의 본질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과감한 금융 자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50분간의 강연을 마무리 했다.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10분간의 휴식 후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보험산업의 규제 현황'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서 교수는 “정부의 금융규제 속 역기능으로 인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일부 규제에 대해선 완화를 통해 금융산업 발전을 이뤄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여신금융업 분야의 현황에 대해 △가계대출 규제 △재무건전성 강화규제 △소비자 보호 강화규제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한 서 교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목표를 완화하고, 금리수준별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강연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이 사회자로 나서 이병태‧서지용 교수,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등과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과 규제보다는 시장 자율성이 확보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시장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금융당국의 규제에 '일관성'이 적어 보험업계들이 자리를 많이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사회를 맡은 최 센터장은 "정부에 규제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여러 가지 사안이 굉장히 복잡하게 엮여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이병태 교수 역시 "규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포럼에는 약 300명의 정관계, 재계, 학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강의와 토론이 상당히 긴 시간동안 진행됐음에도 대다수 청중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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