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 점유율 높지 않아 경쟁제한 낮아
알뜰폰 등 경쟁제한 보다 시장 활성화, 산업 진흥 등에 중점 둬야
   
▲ LG유플러스와 CJ헬로 로고/미디어펜

통신 3위 'LG유플러스'와 케이블 1위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으로 8부능선을 넘었다. 이제 공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통해 통신·방송 시장을 활성화하고, 혁신 콘텐츠 발굴을 통해 5G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현회 LG유프러스 부회장은 5G 혁신형 콘텐츠 등 통신·방송 콘텐츠 육성에 5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이번 투자 금액은 LG유플러스가 관련 분야에서 집행한 연 평균 투자액과 비교해 두배가 넘는 규모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와 함께 8VSB 채널수 확대, 디지털TV HD급 화질 업그레이드, 5G 콘텐츠 공동 제작 공급 등 IPTV 대비 상대적으로 설비 수준이 못 미치는 케이블 플랫폼 경쟁력 제고를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이같은 행보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외산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방을 지키기 위한 필수 대응 전략이다.

공정위도 알뜰폰 분리 매각, 교차판매 금지 등 조건 부과가 아닌 경쟁 촉진과 산업 진흥, 소비자 편익에 초점을 맞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문제는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등 경쟁제한 부분에 대해 공정위와 다른 기준으로 심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유료방송 M&A를 통한 시장 활성화와 산업 진흥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심사에 대해 "공정위 판단은 존중하지만 기준이 다르다"며 "지역성, 이용자 편익, 공정경쟁, 알뜰폰 등을 종합 고려해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서 가장 논란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알뜰폰'이다. 통신업계 경쟁사들은 LG유플러스가 알뜰폰 1위인 CJ헬로의 '헬로모바일'을 인수할 경우 경쟁제한 등 알뜰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헬로모바일이 독행기업이기 때문에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헬로모바일의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은 1.2%이며, 알뜰폰 시장 점유율도 10%에 불과하다.

헬로모바일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이지만 점유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인수하더라도 경쟁제한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헬로모바일을 분리 매각하더라도 SK텔레콤이나 KT 이외에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마땅한 알뜰폰 사업자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오히려 SK텔레콤이나 KT가 헬로모바일을 인수할 경우 이동통신 1, 2위 사업자의 점유율만 높여주는 셈이어서 더 높은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심사에서 알뜰폰 분리 매각 등 경쟁제한 관련 조건 부과가 아니라 유료방송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의미를 살려 시장 활성화, 산업 진흥, 고용 안정이라는 큰 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황성욱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더라도 알뜰폰 시장이 붕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CJ헬로 자체가 알뜰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고 정부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CJ헬로 노조도 "시장점유율 1.2%의 헬로모바일이 독행기업이라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경쟁업체들을 과기정통부가 옹호한다면 CJ헬로 노동자는 물론 협력업체, 전체 알뜰폰 사업자의 공분을 얻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의 이전투구에 휘말려 소모적인 논쟁으로 노동자의 일터를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논점을 흐리는 논란에서 벗어나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이 유료방송 시장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