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기적'을 만들어 가는 인생…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오만'
[미디어펜=문상진 기자]화제를 몰고 온 KBS-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막을 내렸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잔잔한 파문과 여운을 짙게 드리운다. 마치 '동백꽃 필 무렵'에 막을 내리는 기막힌 엔딩까지. 아마도 종영의 아쉬움에 계절감까지 더한 치열함 때문이기도 하리라.

'동백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은 사실상 이 시대 소시민상이다. 시장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젊은 미혼모 아닌 미혼모. 오랫동안 토박이처럼 살아온 시장의 상인들은 진짜 자매,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다.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며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진짜 세상 아닐까.  

시대를 거스른 듯하지만 현실에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 옹산 시장 사람들은, 시장은 시장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에는 사람이 있고 그 자리에 맞는 사람들이 있어 움직인다. 그곳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회의원도 경찰서장도 모르는 그들만의 문화가 흐른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동백꽃 필 무렵'의 첫 번째 시사다. 옹산뿐 아니라 우리나라 시장은 정치나 권력에 흔들릴 만큼 뿌리가 얕은 것이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고 치열하게 생존하는 것을 터득한다. 섣부른 동정은 사절이자 금물이다. 섣부른 온갖 간섭은 그들의 터전을 흔들고 갈등을 야기 시킨다. 

   
▲ KBS-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막을 내렸다. /사진=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화면 캡쳐

무언가 해주지 않아도 모두는 기적을 만들어 갈 줄 안다. 개천의 용이니 개구리니 하는 어설픈 논리로 변명하는 껍데기들을 구분할 줄 안다. 우여곡절 끝에 장관씩이나 지낸 사람이 아내가 한 일도, 자식이 한 일도 모른다고 검찰 앞에서 입을 다문다. 이런 게 진정 우리를 열 받게 한다.

'자기는 다른, 자기는 잘 난, 자기는 다른 세계의 사람'인양 행세한다. 잘난 집에서 태어나 잘난 뒷바라지 받으면서 반칙과 특권 등 누릴 것 다 누리고 할 것 다했다. 그런데 가장 공정하고 가장 정의롭고 가장 평등하게 살아온 척 한다.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계속 나올 거다"라고 경고는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일까?       

세금으로 노인 일자리 만들어 놓고 자랑질이나 하는 정부가 부끄럽다. 열심히 살아가는 옹산시장의 상인뿐만 아니라 보통사람 모두를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리저리 꿰맞춘 어설픈 숫자로 더 이상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피 같은 세금으로 당장은 생색을 내겠지만 돌아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지 않은가. 

두 번째 시사는 공권력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 보여주는 공권력(경찰)은 함께 더불어 그들을 존중해 주는 거다. 호구 조사가 필요 없을 만큼 샅샅이 꿰고 있는 경찰도 그들 앞에서는 한 수 접는다.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게 그곳에서 통하는 '정의'다. 자로 잰 듯 정의를 부르짖은 문재인 정부가 되짚어 봐야 할 정의의 참 뜻이다. 

공권력은 '공정'해야 한다. 옆집 아들이면서 자식만큼이나 만만하지만 결코 옹산 시장 사람들은 공권력을 무시하지 않는다. 오직하면 변호사마저 지역의 별 볼일 없는 것 같은 경찰을 신뢰할까. 높은 곳에 있는 이들에 대한 불신감은 빗나간 현실 권력에 대한 현주소 일 것 만 같아 아찔하다. 지금 경찰은 민노총 눈치를 보고 검찰은 대통령 눈치를 본다.

   
▲ 민노총이 지난 8월 5일 '끝내자 재벌체제! 끝내자 노조파괴! 삼성 재벌 규탄 문화제'로 8월 하투(夏鬪)에 막을 올린 장면. /사진=연합뉴스

세 번째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동백 엄마를 살리기 위한 장면이다. 규태는 최신 구급차를 가져왔고, 자영은 국내 최고의 의료진을 모셨다. 이웃들은 구급차를 위해 길을 터주고 아이들은 기도했다. 용식은 말한다. "기적은 없다. 우리 속 영웅들의 합심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터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기적이 없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인권은 무시되고 공권력은 무력화되고 시장은 갈등의 현장이 됐다. 옹산 파출소장은 말한다. "원래 이 대한민국이 한 다리 건너 형 누나 동생이고, 약간 오지랖으로 굴러가는 민족"이라고 . 지금은 한 다리 건너 분열과 갈등의 강이 흐른다. 강물은 잦아들 줄 모르고 점점 불어나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의 마지막 자막이다. "세상에서 제일 세고 제일 강하고 제일 훌륭하고 제일 장한 인생의 그 순하고 얄궂은 고비들을 넘어 매일 '나의 기적'을 쓰고 있는 장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제발 스스로 '나의 기적'을 쓸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인생 선생질을 멈춰야 한다. 모든 국민이 자기 인생을 살 수 있게 안보를 튼튼히 하고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만 심어주면 된다. 어줍잖게 국민을 상대로 훈계질은 그만둬야 한다. 임기 2년 반 동안 드라마 한편이 준 위안보다 못한 실망만 준 정부다. 곧 있으면 동백꽃이 핀다. 더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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