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배 인상’ 요구를 고수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협상이 해를 넘겨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측 협상 대표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3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미국측 협상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과 4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4차회의에 돌입한다.

정 대사는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종적으로는 한미동맹이나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기본적으로 SMA 틀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사가 SMA 틀을 강조한 것은 미국이 새롭게 추가 항목으로 요구하는 역외 훈련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 대사는 또 ‘새로운 제안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나름대로 이런저런 대안들을 준비하고 왔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연내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말까지는 타결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협상은 논의 과정에서 결과가 예상보다 좀 달리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이번 협상에 나서면서 한국측은 방위비 분담금의 미집행금이 매년 누적돼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원에 이르고 있는 것을 쟁점으로 삼아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 지급된 방위비 분담금 중 미국의 미집행금이 매년 2000~3000억원 발생해 2조원이 이르고, 심지어 미국은 이 돈을 운용해 3000억원이 넘는 이자수익까지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방위비 분담금 중 사용하지 않은 것이 2곳에 있다”며 “하나는 정부예산인데 통상 그해 쓰지 않은 것은 반환하게 돼있지만 이것이 계속 쌓여 있고, 이미 미국에 넘어가 있는 돈 중에서도 쓰지 않은 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것을 협상카드로 쓰겠다면 이해는 되지만 협상카드 측면을 넘어서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사용에 있어서 투명성과 공정성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사도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미집행금 질문이 나오자 “어떻게 하면 그것이 잘 집행되고, 또 상호간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들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일 워싱턴 민간단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포럼에서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 문제와 관련해 “최근 수십년간 양국의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며 “더 많은 협력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 압박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1조 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5조 9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하면서 한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2주 전 서울에서 열렸던 3차회의에서는 미국측 대표단의 일방적인 회의 중단과 퇴장으로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번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의 쟁점은 현행 협정에서 명시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 외에 분담금이 쓰일 항목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작전 전개 관련 비용 등을 항목을 추가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우리는 기존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와 함께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받아온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가 방위비를 늘리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 결과 결국 나토는 ‘운영비’ 항목을 추가해 방위비를 올해 4.6% 올려서 내년까지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돼온 지출액을 13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했다.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은 유효기간이 1년이어서 이번에 기존의 분담금 틀을 깰 경우 언제든 지속적인 증액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문제이다. 더구나 이번에 나토가 미국이 요구하는 새로운 비용 분담 공식에 합의한 것은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파장을 끼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