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PD수첩'이 검찰과 기자단의 공생관계를 추적했다.

3일 오후 방송된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 편에서는 검찰 출입 기자들과 현직 검사가 밝히는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 방식에 대해 다뤘다.

검찰과 기자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상황에 따라 때론 갑이 되고 을이 되기도 하며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 'PD수첩'과 만난 검찰 출입 기자 A씨는 "강력한 기사들이 나오는 곳은 검찰이 유일하다. 완전히 일방적인 관계에서 검찰에서 하나 흘려주지 않으면 쓸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전 검찰 출입 기자 B씨는 "기자들이 먹고사는 생리 구조가 검찰에 빨대 박아놓고 그것을 쪽쪽 빨아먹어야 특종을 내는 구조"라고 전했다.

임현주 전 검찰 출입 기자는 "검찰이 언론을 경주마처럼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문건을 복사해서 준다든지 전화로 불러준다.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을 불러주는 건 사실상 공수처가 생기면 처벌 대상 1호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현직 검사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더욱 적나라했다. 검찰은 명예와 권력, 수사 국면 전환을 위해 언론을 활용한다는 것. 그렇게 기자들에게 신세를 진 검사들은 은혜를 갚기 위해 은밀하게 수사정보를 알려준다. 검찰을 통해 개인적으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들은 단독 기사들을 쏟아내고, 그들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현직 검사 C씨는 "우리 검찰은 보고가 반, 언론플레이가 반이다. 특수부 검사들은 언론에 (수사 정보를) 흘려서 결국 여론을 만들어서 결재를 받아낸다. 여론전도 해야 영장도 나오고 당사자들에게 압박도 된다"고 밝혔다.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PD수첩'은 대형 사건을 직접 수사해왔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사법연수원 27기·검사장)이 특히 기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사법 농단 수사 당시 한동훈 검사가 기자에게 수사 정보를 흘려주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구XX 판사님 소환 조사하셨다고요?"라는 물음에 한동훈 검사가 "조사한 거 맞고요", "피의자입니까, 참고인입니까?"라는 질문에 "수사 대상자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고요. 문제가 될 만한 문건 작성을 직접 하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걸 확인하기 위해 조사한 겁니다"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동훈 검사는 잠시 뒤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묻지 않는 내용을 언급했다고. "구XX 판사님이 7월 31일 소환 통보해서 8월 1일에 한 번 오셨고, 그 다음 8월 5일에 오셨다"는 내용을 들은 정재관(가명) 검찰 출입기자는 "'중요 인물이 맞구나',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피의자성 참고인인 것이다. 그럼 '신난다' 하며 단독 달고 기사가 나가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구 모 판사는 사법 농단에 연루된 인물. 'PD수첩'은 한동훈 검사가 소환일을 알려준 의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 판사의 소환 다음 날 법원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고, 그 사실이 기사로 알려지길 원했다는 설명이다.

'PD수첩'은 성역 없는 취재를 지향하는 심층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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