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2년만에 “로켓맨”을 언급하며, 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북한이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는 데 따른 강경 반응이다.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합의를 준수하라고 촉구하며, 필요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이 세차례 만났지만 북한은 핵 프로그램 구축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어떤 조치들이 더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아마 내가 전 세계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라면서도 “지금 우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고,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는 매우 좋지만 이것이 우리가 서명한 합의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처음 서명한 합의문(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문)에 그가(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쓰여 있다. 나는 그가 그 합의문에 따라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그 이행 여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4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북미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다. 아울러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이후 북미 간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북한은 또 5월부터 군사 행보를 재개했고,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전술유도탄인 북한판 에이태킴스,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초대형 방사포를 잇달아 시험 발사하며 실전 배치를 준비해왔다. 특히 북한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서해 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진행해 사실상 9.19 군사합의를 어겼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VTV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발언했던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며 김 위원장을 지칭했던 ‘로켓맨’을 다시 꺼낸 것은 미국의 레드라인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으로서는 완고한 입장인 북한에 맞설 수밖에 없는 미국도 유연해질 수 없는 상황으로 2020년 대선 국면에서 최소한 싱가포르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셈법을 보여줄 생각은 없고 노딜로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당연히 새로운 길로 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미대화의 판 자체를 엎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다면 최소한 싱가포르 합의로 형성된 북미 간 균형 상태를 현상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북한에게 ICBM을 쏘아서 싱가포르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경고로 보인다”면서 “북미 어느 쪽도 양보가 어렵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면 판을 깨든 아니면 다음을 기약하고 현상유지를 하든 할텐데 북미 모두 내년 내부 상황을 고려해 판을 깨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듯 미군은 한반도 상광에 정찰기에 이어 해상 초계기까지 투입하며 대북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4일 잠수함을 탐색하는 미 해군 해상초계기 P-3C는 한반도 상공 2만2000피트를 비행했다. 전날에는 미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2일에는 RC-135W(리벳 조인트), 지난달 30일과 28일에는 U-2S(드래건 레이디)와 EP-3E 정찰기 등이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북한 관료들이 잇따라 수위 높은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볼 때 북한이 끝내 ICBM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전날 북한 외무성의 리태성 미국담당 부상이 담화를 내고 “미국이 우리를 대화테이블에 묶어놓고 국내 정치와 선거에 유리하게 써먹기 위해 잔꾀를 쓰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모든 것을 투명성 있게 공개적으로 진행해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구태여 숨기려하지 않기에 우리는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미국에 다시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도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에 대해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소리에 다르면,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의 경우 “김정은이 제시한 ‘연말시한’은 모두 제재 해제에 대한 것이고, 트럼프행정부는 응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 문제에 대한 대화가 없으면 핵과 장거리미사일 실험과 같은 대규모 벼랑끝전술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북한의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반면, 북한이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얻을 실익이 적고 전략적 한계 또한 크기때문에 핵과 ICBM 실험을 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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