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 산업은행이 우리들병원 이모 원장에게 대선을 앞둔 2012년 1400억원을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신한은행에 연대보증인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해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이 원장이 증언한 녹취록이 확인됐다.

4일 심재철 의원실은 지난 2016년 6월 신혜선씨 고소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원장의 증언녹취 속기록을 입수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증언 녹취록에 따르면 이 원장은 회생신청 기록 때문에 당시 어느 은행에서도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점과 산업은행의 대출로 개인회생을 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원장은 2012년 초 1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로 재정압박에 시달리며 개인회생을 신청했지만 한달만에 철회했다.

   
▲ 자료=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이 원장은 “(회생신청을) 취하했지만 회생신청한 기록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을 잘 안해줬다”고 진술했다. 

심 의원은 회생신청 경력 때문에 대출이 안되는 점을 이 원장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1400억원을 대출해준 것은 산업은행의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 원장의 신용 조회에 문제가 없었다는 산업은행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심 의원에 제출한 ‘개인회생 신청 경력자에 대한 여신 및 보증 주의’ 자료에 따르면 그당시 산업은행에는 개인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연대보증인의 경우 연대보증인의 자격을 불인정하고 과거 개인회생 경력이 있는 자의 경우 여신 거래 시 주의를 요망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었다.

산업은행은 이 원장의 신용도를 조회했지만 개인회생 관련 기록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본점/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심 의원은 “당시 우리들병원과 이 원장에 대한 산은의 여신심사 자료와 여신합의체 의원들의 회의록을 요청했지만 산은이 아직 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산업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신한은행 연대보증 해지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이 원장은 “연대보증인에서 빠져야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해준다고 했다”며 “연대보증인에서 빠진 후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그 빚을 전부 다 갚고 회생했다”고 증언했다.

심 의원은 “산은이 이 원장의 신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특혜심사를 했다는 자백과 같다”며 “대출로 부채를 갚고 신용이 회복된 이 원장의 2017년 대출은 결과적으로 산은이 길을 터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속히 이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시작해야 하며 검찰도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공판 당시 신한은행 관계자 2명이 피고인으로 출석했지만 산업은행 측은 공판이나 이 원장의 증언에 대해 몰랐을 수 있다”며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선 직전 받은 두 번의 대출금이 대선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기존에 밝혔던 입장과 대치되는 자료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식 입장을 곧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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