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내대표의 발걸음 여기서 멈춘다"

출마자들 '협상력' 내세우며 본격 레이스 시작
[미디어펜=조성완, 손혜정 기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두고 일부 의원들이 당 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발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나 원내대표도 재신임 여부를 묻지 않고 물러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꽉 막힌 ‘패스트트랙’ 정국을 해소할 임무는 신임 원내지도부가 맡게 됐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나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듯 나 원내대표는 4일 오전 최고위원-당중진연석회의에 ‘개인 사유’를 내세우며 불참했다.

일부 의원들은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는 의원총회의 권한’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당이 정말 말기증세를 보이는 것(김세연)”, “권한 없는 일을 한 것(홍일표)”, “정치 혼자하느냐(정진석)” 등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심지어 재선의 김태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황교안-나경원 불화설’을 거론하며 황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나도 나 원내대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원내 전략에 대해 이 자리에서 문제 제기를 제일 많이 했다. (나 원내대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황 대표가) 호불호를 갖고 (최고위 결론을) 선택했더라도 먼저 나 원내대표에게 뜻을 묻고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위원회의에 촉구한다. 이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임기 연장 여부 결정을 다시 의원총회에 되돌려 주시라”면서 “이건 선례가 되고 관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되돌려 놓기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필리버스터 보장과 친문농단게이트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비상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이에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며 지도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는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국당 승리를 위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진화에 나섰다. 그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직후 나 원내대표 집무실을 찾아 7~8분 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대표는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당 살리는 일에 힘을 합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 동행한 박완수 사무총장도 “차 한잔 마시고 고생하셨다는 덕담을 했다”며 최고위의 결정과 관련한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얼어붙은 정기국회를 정상화시킬 역할은 차기 원내지도부가 맡게 됐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강석호, 유기준 의원도 ‘협상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강석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원내대표 교체는)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협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부분도 좀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며 “멤버 교체로 인해서 새로운 분위기에서 협상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그런 여러 가지 다각도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기준 의원도 이날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간 법안에 대해 여당과 야4당이 보는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 같은 마차에 모두가 탄 것은 아니다”라며 “협상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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