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황' 체제 구축 비판...TK는 여전히 불출마 무풍지대
[미디어펜=손혜정 기자]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무성·김세연·김성찬·유민봉 의원에 이어 다섯 번째이자 한국당 소속 수도권 의원 중에는 처음이다. 그러나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아직 불출마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김 의원(경기포천갑·3선)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저의 자리를 비우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김영우 의원 /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지금 자유한국당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온전히 얻을 수 없다"며 "나라가 총체적으로 무너지는 이때에 우리 내부에서 혁신을 바라는 목소리가 제지당하거나 막혀서는 안 된다"고 황교안 대표 체제의 당을 겨냥한 듯한 논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가 시작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도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탄핵 사태 전 이른바 친박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을 향해서도 한 마디 지적했다.

그는 "20대 총선 막장공천으로 당을 분열시키는 데 책임이 있는 정치인,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호가호위했던 정치인, 거친 언어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면서 당을 어렵게 만든 정치인도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맹목적 이념이나 패거리 정치가 아니라 상식과 양심과 합리성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당은 더 이상 판사와 검사, 장차관과 장군 등 이른바 사회적으로 성공한 특권층만으로 채워진 웰빙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내내 한국당을 겨냥해 강한 쇄신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당은 너무나 작은 그릇"이라며 "우리 스스로를 깨부수고 큰 그릇을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같은 3선인 김세연 의원이 앞서 '지도부 등 전원 퇴진' '동반 불출마' '당 해체' 등을 제안했지만 호응이 없었던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당 현역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수도권의 김 의원을 포함해 5명이고 그중 3명은 경남 지역구 의원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TK 지역은 요지부동, 무풍지대'라는 반응이다. 물론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초선)이 불출마를 시사하기는 했지만 지도부에서 납득할 만한 방안을 제시할 경우 내려놓겠다는 '조건부 불출마' 선언이었다.

심지어 당에서는 TK 지역 중진 용퇴론 압박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 바 있었다.

이진복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은 지난달 21일 심재철 의원이 주관한 '자유한국당 공천 쇄신, 어떻게 할 것인가' 긴급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지난해 지방선거 때 16개 기초자치단체 중 우리가 이긴 곳은 2곳밖에 없다"며 "선거의 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총괄팀장은 김태흠 의원의 발언을 거론해 "영남 3선 나가라 표현했지만 저 개인 표현으로는 흘러간 노을을 아직도..."라고 지적하며 "선거 전략을 조밀하게 짜지 않으면 이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총괄팀장은 "수도권도 중요하지만 꼭 이겨야 할 자리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 당이 1당이 될 수 없다"며 필승 공천, 이기는 총선을 강조했다.

주호영 의원도 지난달 26일 BBS '이상휘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나무도 고목이 있어야 고목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묘목만 가지고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하며 영남권·중진 용퇴 압박과 3분의1 컷오프 공천룰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또한 그간 인적 쇄신론은 잠시 당의 논제에서 멀어진 측면도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 철회 요구와 황 대표의 단식, 패스트트랙 정국, 이른바 청와대발 '3대 게이트' 국정조사 요구와 필리버스터, 예산 문제 등 현안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대표가 8일 간의 단식 농성 후 당무에 복귀하여 새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당내 인적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황 대표가 '읍참마속'을 선언한 뒤 일괄 사퇴했던 당직자가 신임 7명을 제외하고 모두 유임됐으며 신임 당직자도 '친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김영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일련의 당내 정비 상황 직후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김 의원이 황 대표 체제에서는 인적 쇄신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한 김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 내내 강조했던 "정치적·역사적 책임" "책임지는 일"은 황 대표 체제뿐만 아니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책임을 면키 어려운, 그러나 인적 쇄신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TK 지역구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말미암아 당내에 쇄신의 바람이 다시 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당내 인적쇄신 요구와 영남·수도권 중진 용퇴론 제기, 그리고 총선기획단의 현역 50% 교체가 발표됐음에도 TK 지역에서 상징적인 인물의 용퇴가 없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이길 수 있는 지역에서는 이겨야 한다'는 의견도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궁극적으로 한국당의 공천과 총선 전략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