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안, 화평·화관·자원순환법 등 굵직한 이슈 못 담아
당·정·청, 서둘러 중소기업 화학물질 대책 수립 나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 규제 개선안을 내놨지만 정작 시급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 등에 대한 완화조치를 포함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중기 규제 관련 부처들은 지난 4일 20쪽 분량의 '공공기관 현장공감 중소기업 규제애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정책 추진 배경에서 "기업 입장에서 사실상의 정부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 규제혁신에 있어 사각지대로 기업 불만과 부담을 야기한다"고 진단하고 △임대료·사용료 등 영업비용 경감 △조달장벽 완화 및 공정거래 촉진 △기관 고유사업 각종 규제애로 개선 △규제애로 개선시스템 마련·운영 △기업친화적 행태 및 문화 확산 △공공기관 규제혁신 추동력 확보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실제 정부 개선안을 뜯어보면 한국철도공사·한국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 등이 역사나 공항에 입점한 매장이나 스타트업의 임대료 등을 깎아준다고 했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경우 소상공인협동조합 지원사업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간소화 하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요소가 상당수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 부처가 아닌 정책 시행 기관인 공공기관 한정으로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굵직한 정책 드라이브가 없는 반쪽짜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화학 물질을 다루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화관법이나 화평법을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받고 있다. 소량기준 미만 취급 사업장의 경우 70개로 간소화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만 만족하면 되지만, 이는 세탁소나 전자담배판매업 등 극히 일부 취급시설에만 해당해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화관법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배치·설치·관리기준은 총 413개에 달한다. 이는 사업장 규모에 관계 없이 적용돼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시설개선 비용을 대느라 부담이 크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화관법 취급시설 기준 이행을 위해서는 신규 설비투자로 평균 32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중소기업중앙회관./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 31일 화관법 적용 대상인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활한 화관법 이행을 위해 91.4%의 중소기업들이 "물질의 위험정도·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 등 화관법 규제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반응했다. 올해 12월 31일로 정해진 화관법 적용 유예기간이 부여돼도 취급시설 기준을 준수할 수 없다는 업체가 43%나 됐다.

영업허가를 받지 못한 중소기업은 '장외영향평가서·위해관리계획서'를 주무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평가서와 계획서 작성 시 컨설팅 비용과 위탁 비용, 기타 비용 등 총 981만원이 소요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간이 장외영향평가서 역시 작성 시 570만원 가량이 든다. 그러나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장 매출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도 화관법에 명시돼있다. 중소기업의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화관법 뿐만 아니라 화평법도 중소기업계가 꾸준히 개선 건의를 하는 법률 중 하나다. 화평법은 기존에 쓰고 있던 화학물질이 위해 물질로 판정될 경우, 해당 화학 물질을 쓸 수 없어 대체물질을 쓰도록 규정한다. 새로운 화학물질을 찾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해당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 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외에도 현행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르면 공단에 있는 협동조합에서 공동폐수처리시설을 운영하는 경우엔 중소기업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해 입주 중소기업이 모든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폐기물처분부담금 감면대상에 공동폐수처리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포함시켜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줄기찬 아우성에 정부와 여당은 부랴부랴 대책 발표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는 기존 취급 시설에 대한 유예 기간 추가 연장·중소기업 화학물질 등록비용 정부 지원 확대·제도 시행 이후 계도기간 부여·신종 화학물질 등록 기준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대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달 중순 경 중기중앙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여론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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