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재환(31·두산 베어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국내 스토브리그에 새로운 화제로 떠올랐다.

올 시즌 후 SK 와이번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사를 나타내고 구단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 신청을 해 주목 받았다. 하지만 김광현은 '예정된' 행보였다.

김재환의 포스팅 신청은 갑작스러웠다. 이전에 김재환이 메이저리그행 얘기를 한 적이 없어 팬들은 물론 동료 선수들이나 야구관계자들도 깜짝 놀랄 뉴스였다.

어쨌든 프리미어12에서 얻은 1군 등록일 혜택(60일)으로 포스팅 신청 자격 연한(7시즌)을 채운 김재환은 소속팀 두산에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고, 두산 구단은 고심 끝에 선수의 의지를 받아들였다. KBO는 5일 메이저리그사무국에 김재환에 대한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고, 메이저리그사무국은 6일 김광현과 함께 김재환의 포스팅을 공시했다.

   
▲ 사진=2019 프리미어12 홈페이지


이제 김재환은 30일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협상을 벌여 자신을 원하는 팀과 계약 조건이 맞으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

김재환이 메이저리그의 높은 문을 노크하는 것. 위대한 도전일까, 무모한 도전일까.

우선, 김재환의 KBO리그 내 위상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김재환은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다. 지난해 홈런왕(44개)에 올랐고 MVP까지 차지했다. 타자로서 리그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홈런 양산 능력이 있는 파워 좌타자. 메이저리그 팀들이 눈여겨 볼 만하다.

하지만 김재환의 타격 외 외야수로서 수비나 주루 능력을 따져보면 메이저리그 수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내년 만 32세가 되는 적지않은 나이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근 KBO리그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타자'들과 김재환을 비교해 보면 메이저리그 진출 또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내야수 강정호(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김현수(LG 트윈스)가 국내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가 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었)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포스팅을 통해 각각 피츠버그와 미네소타에 입단했으며, 김현수는 자유계약 신분으로 볼티모어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들 가운데 강정호만 첫 두 시즌 주전으로 활약하며 실력 인정을 받았으나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부상을 당하는 등 굴곡진 시기를 보내며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채 현재 방출됐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나란히 두 시즌을 미국에서 보냈지만 주전급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국내로 유턴했다.

즉, 아무리 KBO리그에서 정상급 위치에 오른 선수라고 해도 타자(야수)의 경우 메이저리그에 안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례에서 드러난다. 더군다나 강정호와 김현수는 만 28세, 박병호는 만 30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김재환보다는 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했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KBO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재환이다. 그러나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를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이었던 반면 김재환은 지난해 44개였던 홈런수가 올해는 15개로 뚝 떨어졌다는 차이점은 있다.

전례와 나이, 현재 상황 등을 보면 김재환이 메이저리그를 노크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환이 메이저리그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선 그 자체만으로도 김재환은 위대한 도전의 첫발을 뗀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