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 통신사 중심 3강 체제 재편
1~3위 점유율 격차 좁혀져 합산규제 불필요
   
▲ 김영민 디지털생활부장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인수합병(M&A) 심사가 마무리됐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 2위 사업자로 도약했다.

올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점유율을 살펴보면 LG유플러스는 12.44%로 3위다. 여기에 4위인 CJ헬로(12.28%)를 인수하면서 24.72%로 점유율이 2배 가까이 늘며 2위로 치고 올라갔다. 이어 SK브로드밴드(14.70%)와 티브로드(9.33%)의 합병 심사가 마무리되면 점유율 24.03%로 LG유플러스와 근소한 차이로 따라붙게 된다.

이처럼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사 중심으로 본격 재편돼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3강 체제로 구도가 바뀌게 된다.

기존에는 KT(21.44%)가 KT스카이라이프(9.87%)와 합쳐 31.31%로 압도적 1위였다. 2위였던 SK브로드밴드와 비교해 무려 16.61%나 점유율이 더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받아 점유율이 33.33%로 제한된 상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지난해 일몰됐지만 규제 연장 내용을 담은 IPTV법의 발의돼 그동안 정부가 관련 내용을 논의해 왔다.

앞으로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까지 최종 승인을 받는다면 유료방송 시장은 그야말로 1~3위가 근소한 점유율 차이로 좁혀진다. 게다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향후 케이블TV 추가 M&A 가능성도 있어 치열한 1위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위 KT는 2, 3위가 덩치를 키우며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합산규제'라는 족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디어빅뱅이 일어나고 넷플릭스 등 외산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 시장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상황에서 KT는 가입자 기반 확대를 통한 경영전략 수립이 필수임에도 낡은 규제에 막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합산규제 도입 당시에는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가 유료방송 점유율에서 2, 3위 사업자보다 15% 이상 높았지만 이제는 6%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 서울 광화문의 KT West 빌딩(오른쪽)과 KT East 빌딩/사진=연합

단지 점유율 30%가 넘는 1위라는 이유로 속박을 받아온 KT에게 이제는 미디어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KT의 유료방송 점유율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오지나 도서·산간 등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경쟁사들이 투자하지 않은 곳까지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투자하며 시장을 선도해온 KT 입장에서는 합산규제는 그야말로 낡은 규제일 수밖에 없다.

3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KT에게만 가혹한 규제를 들이밀 경우 시장을 리드하고 선도해야 하는 1위 사업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꼴이 된다. 또 유료방송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외산 OTT에게 시장을 내주는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다.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이어 내년 초에는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 심사를 마무리해 시장 재편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KT도 그동안 추진해 온 딜라이브(6.09%) 인수 등을 통해 가입자 기반 확대와 함께 유료방송 시장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규제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유료방송 시장의 낡은 규제 철폐를 통해 경쟁을 활성화하고 외산 OTT로부터 안방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내공을 쌓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