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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조선소 도크. [사진=현대중 제공] |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에 '갑질'을 벌였다가 수백억대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컴퓨터를 빼돌리는 등 중요 자료를 숨겨 조사를 방해, 억대의 과태료도 함께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6월 공정위 조사 중 현대중공업의 분할과 사명 변경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하 분할 전)은 지난 2014∼2018년 207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 4만 8529건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작업이 시작된 이후(최대 416일 뒤)에야 발급했다.
하도급업체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대금을 모르고 작업을 시작해야 했고,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뒤늦게 정한 대금을 받아야 했다.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도 적발돼, 2015년 12월 현대중공업은 선박 엔진 납품 사외 하도급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2016년 상반기에 단가를 10%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따르지 않는다면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공정위는 2016년 상반기 48개 하도급업체의 9만여건 발주 건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51억원 규모의 하도급 대금이 강제로 인하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2016∼2018년 사내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본공사에 더한 추가공사 1785건을 위탁한 뒤, 제조원가보다도 적은 금액을 지급했다.
제조원가보다 낮은 하도급대금을 준 행위로 제재를 받은 것은 현대중공업이 첫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중요한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등 조사도 방해했는데, 직원들은 2018년 10월 공정위 현장 조사 직전 273개 하드디스크와 컴퓨터 101대를 교체해 중요 자료를 은닉했다.
공정위는 직원들이 컴퓨터 등 관련 물품을 엘리베이터를 이용, 외부로 빼돌리는 모습이 포착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직원들은 사내 메신저를 통해 '공정위가 다음 주쯤 조사를 나올지도 모르니, 빨리 컴퓨터를 교체해야 한다', '아직 교체가 안 돼, 윗분들이 매우 쪼고 있다' 등의 대화를 나눈 점이 발견돼, 조사방해 행위가 인정됐다.
공정위는 조사 방해 혐의로 회사에 1억원, 소속 직원(2명)에게 2500만원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조사 중인 지난 6월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을 바꿔 지주회사가 됐고, 구 법인과 같은 이름인 현대중공업을 새로 설립해 기존 사업을 이어받도록 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근거 규정에 따라 과징금은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에 물리고, 나머지 제재는 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부과했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지난해 4월 시행한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 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에 맞춰 신고 내용을 포함한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역을 정밀히 조사한 사례"라며 "조선업계의 관행적인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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