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ISD' 한국정부 패소 첫 사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 사건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패소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 측의 요구를 영국 고등법원이 기각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란 다야니 가문 대(對) 대한민국 사건의 중재 판정 취소소송에서 영국 고등법원이 중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 舊대우일렉트로닉스 로고 /사진=미디어펜 자료


이번 사건은 2010년 4월 이란 다야니 가문이 스스로 세운 싱가포르 회사 D&A를 통해 대우일렉을 매수하려다 실패하면서 촉발됐다. 다야니 측은 채권단에게 계약금 578억원을 지급했지만 채권단은 '투자확약서(LOC) 불충분'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다야니는 당시 계약 보증금 578억원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대우일렉 채권단은 계약 해지의 책임이 다야니에 있다는 사유를 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에 다야니는 2015년 보증금과 보증금 이자 등 935억원을 반환하라는 취지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다.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판정부는 지난 2010년 대우일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이란의 가전업체 소유주 '다야니' 가문에 계약 보증금과 보증금 반환 지연 이자 등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고 작년 6월 판결한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다야니의 손을 들어준 국제 중재 판정부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작년 7월 중재지인 영국의 고등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취소소송 요구가 이번에 기각되면서 작년 6월 중재판정이 확정됐다.

중재 판정부가 다야니 측의 승소 판정을 내리면서 이는 외국 기업이 낸 ISD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한 첫 사례가 됐다. 이후 정부는 다야니의 중재 신청이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에 관한 것이라 ISD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취소 소송’을 냈다.

이번 사건 계약 당사자는 D&A이며 D&A의 주주인 다야니가 ISD를 제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함께 펼쳤다.

이 문제에 대해 영국 고등법원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투자'와 '투자자'의 개념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해 다야니를 한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판단해 ISD를 제기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번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부, 금융위 등이 참여한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지난 20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 측 관계자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판결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모든 절차가 종료된 이후 관련 법령 등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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