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조 회장, 가족간 협의 무성의로 일관"
"공정위 총수 지정·경영 복귀 대해 합의 없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조 회장은 내년 3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위해 어머니와 누이 도움이 절실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입장 발표로 확실한 ‘편’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재계에선 조 회장 참모들의 정무적 역할이 절실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은 "선대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했다"며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주식회사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일방적 경영으로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원은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다"고 말했다. 

총수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가족간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5월 15일 내부 합의가 아닌 공정위로부터 동일인으로 지정 받았다. 한진그룹이 "기존 동일인(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내부적인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정해진 기한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선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주장했다. 

'땅콩회항'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 전 부사장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으로 재차 복귀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물컵 갑질' 사태로 물러났던 동생 조현민 전무는 이미 지난 6월 한진칼로 복귀한 데다 그룹 정관을 보면 임원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와 한진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지만 인사 명단에서 빠져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재계 관계자는 "조현아·현민 자매의 경영복귀는 국민 정서상 서두르지 말고 자중자애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3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주주총회를 앞두고 남매간 불협화음 조짐은 조 회장 입장에선 우려스러운 요소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조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이다. 조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1%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KCGI 15.98%, 델타항공 10%, 반도건설 6.28% 순이다. 

한진칼 2대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와 표대결로 가 연임안이 부결될 경우 경영권 유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지난 10월부터 반도개발, 대호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반도건설이 KCGI 편에 서면 KCGI의 지분율은 20%를 넘게 된다. 만약 총수 일가 중 한명이라도 독자노선을 선택하면 조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2%대로 내려 앉아 조 회장이 연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발표다"면서 "내용을 파악 중이어서 공식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전달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