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사시스템이 '효율성·신속성'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차 분야에서 성과와 역량을 발휘한 40대 초·중반의 젊은 인재가 임원 반열에 올랐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중국 및 유럽 진출까지 고려하는 등 장기 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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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그룹의 인사시스템도 '일률적·정기적'이었던 기존 틀에서 벗어서 '효율성·신속성'을 중심으로 진화했다.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은 27일 사장 2명, 부사장 1명 승진 및 임원 신규선임 인사를 발표했다. 예년과 달리 인사 규모가 단출한 것은 지난 3월부터 임원 직급체계를 축소 통합(상무, 이사, 이사대우→상무로 통합)하고 경영환경을 반영한 연중 수시 인사체계로 개편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건용 현대로템 대표이사는 퇴임하고 이용배 현대차투자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새로 현대로템을 이끌게 됐다.
올 3분기까지 현대로템 영업적자가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면 재조정과 수익성을 강화를 이끌 새로운 수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대표는 현대차 경영관리실장, 기획조정3실장, 현대위아 기획·재경·구매·경영지원 담당 부사장을 거쳐 2016년부터 HMC투자증권 영업총괄담당을 역임하는 등 현대차그룹 재무통으로 이름이 높다.
현대위아와 현대차증권의 실적 개선을 이끈 경험을 살려 현대로템을 '흑자회사'로 만드는 중책을 이 대표에게 맡긴 것이다.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는 현대차 최병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현대모비스 및 현대차 재경본부장을 역임하며 재무 분야 전문성과 금융시장 네트워크를 갖춘 최 대표를 금융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적극적 리스크 관리와 내실경영을 통해 현대차증권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
연구개발(R&D) 부문 인력을 우대하는 기조도 유지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바디담당 양희원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양 부사장은 차체설계 분야 전문가로 주요 전략 차종의 설계를 주도하며 현대·기아차의 설계 역량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미래 모빌리티 대응을 위한 차세대 편의, 제어 기술 개발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인사는 정기인사라기보다는 현 시점에서 필요한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중 수시인사를 통해 각 계열사별로 경영환경을 반영한 인사를 단행했고, 이번 인사도 그 연장선"이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수시인사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마무리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인사제도 개편과 함께 일찌감치 큰 폭의 임원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이던 김창학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선임했으며, 현대모비스 홍보실장 이화원 전무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기아타이거즈 대표이사로 배치했다.
화공플랜트·엔지니어링 전문가인 김 대표에게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사업 발굴 및 조직혁신을 맡기고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가인 이 대표에게 구단 운영 효율화 및 팬과의 소통 강화를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인사실장 김윤구 전무와 기아자동차 북미권역본부장 윤승규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적기 인사로 꼽힌다.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 구상이 본격화된 시기에 이와 연계한 그룹 HR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김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윤 부사장은 미국, 캐나다 판매법인장을 역임한 북미지역 전문가로, 북미권역본부 안정화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3월 수시인사에 앞서 2월에는 포스코 출신 안동일 사장을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영입했고, 5월에는 닛산 출신 호세 무뇨스 사장을 영입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겸 미주권역담당으로 임명하는 등 '경쟁사로부터의 전문가 수혈' 인사도 수시로 단행했다.
판매실적이 부진한 중국 사업 재정비도 수시 인사를 통해 단행했다. 지난 9월 기아차의 중국 생산법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수장으로 최초의 현지인 CEO인 리펑(李峰) 총경리를 선임한 것을 시작으로 11월에는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에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인 이광국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보임했다. 폭스바겐 중국 R&D 담당을 지낸 스벤 파투쉬카를 현대·기아차 중국기술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연말이 임박한 이달 5일에도 한차례 수시인사를 단행했다. 노동조합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2년 연속 임금·단체협약 조기 타결이라는 성과를 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 하언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국내생산담당을 겸직하게 됐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 법인장인 신장수 전무는 미국 대형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텔루라이드의 유연 생산체계 구축과 품질 개선 등을 추진하면서 북미사업 판매 및 수익성 확보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기아차 홍보2실장 이영규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임시로 겸임하던 홍보실장 자리에 정식 임명하고, 현대·기아차 정책지원팀 서경석 전무도 부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건설 커뮤니케이션담당으로 배치하는 등 홍보라인 전열도 재정비했다.
그밖에 현대모비스 경영지원본부장 정수경 전무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윤영준 전무의 부사장 승진, 현대차 고객채널서비스사업부장 김민수 상무의 전무로 승진 및 해비치호텔&리조트 대표이사 내정 등의 인사가 단행됐다.
지난 9일에는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번 연말인사에서 현대로템 대표이사 교체에 앞서 새 수장인 이용배 대표이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전에 자리를 비켜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수시인사 체제는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에서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적재적소에 배치해 스피디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공과를 명확히 평가해 객관적으로 수긍 가능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비정기성'으로 인한 혼란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사업개편 등 경영상의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더라도 연말 정기인사까지 기다려야 하는 구시대적 시스템으로는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올해부터 도입된 수시인사는 인사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문화 혁신을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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