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위원회가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규제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투자은행(IB)의 신용공여(대출) 대상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시킴으로써 파문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실화 정도가 매우 낮은 부문에 대한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나재철 신임 금투협회장의 협상능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이미 당국은 작년 말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규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각 증권사들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총량’ 규제에 나선 당국의 행보에 대해서 업계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규제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겠다는 것은 작년 말 제5대 금투협회장에 당선된 나재철 회장의 주요 선거공약이기도 했다.
|
|
|
▲ 나재철 금투협회장의 모습 /사진=금융투자협회 |
나 회장을 비롯한 금투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들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처음 접견한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더욱 강도 높은 규제안을 내놨다. 지난 7일 은 위원장은 “증권사의 경우 SPC에 5조원 이상이 대출됐고 이 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고 있다”면서 투자은행(IB)의 신용공여(대출) 대상에서 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번 규제안의 취지는 증권사들의 모험자본이 부동산 분야에 지나치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2016년 말에 3조 4000억원, 2018년 말 4조 1000억원, 2019년 6월말 4조 5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6월말 기준 전 금융권 부동산PF 채무보증 가운데 증권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93.2%로 압도적인 것도 사실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모험자본이 다양한 분야에 사용돼야 한다는 당국의 견해에는 공감하고 있다. 단, 규제의 타이밍에 대해서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해당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대체로 성공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7개 종투사의 채무보증 관련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작년 9월말 기준 0%다. KB증권만이 0.29%을 나타내 종투사 평균 고정이하자산비율은 0.036%를 나타냈다.
이는 종투사들이 내준 전체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현재 증권사들의 채무보증 건전성은 제1금융권인 은행들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결국 당국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 대한 대비를 예상보다 이른 타이밍에,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의사결정과 경영활동 그 자체에 손을 댄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에 궤를 맞춰 나온 규제안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업계의 시선은 나재철 금투협회장에게 모아지고 있다. 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나 회장의 협상능력이 취임과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나 회장은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혁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마친 상태다.
이 TF는 현재 업계 내부의 ‘혁신 의견안’을 수렴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 모아진 의견들이 향후 금투협 활동의 큰 방향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큰 기대를 업고 당선된 나재철 신임 회장이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당국과 성공적인 조율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