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완장부대의 탄생…삼성 손보기 결정판
외부 좌파세력과 연계해 투쟁 벌일 수도 있어
   
▲ 조우석 언론인
삼성 그룹과 그룹 내 계열사를 감시하는 막강 권한을 가진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출범을 앞두고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조중동을 포함한 메이저 언론은 이 사안을 일반 뉴스로 비중 있게 다룬데 비해 사설과 오피니언 쪽은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못 본 척 일부러 외면한 것이다.

한겨레나 경향 등은 달랐다. 일반 뉴스로 다룬 것과 별도로 삼성을 보는 자기네들 입장을 콕 찍어 피력했다. 한겨레의 경우 10일 "삼성 준법위, 변화의 진정성 믿기엔 미흡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감시위의 법적 실체와 권한이 불명확하고, 내부 정보 파악도 쉽지 않아 한계가 클 것"이라고 짚는 걸 잊지 않았다.

불법 경영권 승계 차단,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등의 근본 대책은 아직 없다는 지적인데, 그런 비판적 태도는 경향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그 신문 사설은 삼성 준감위 가동은 '이재용 재판 방패'에 그칠 것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몸통까지 내놓으라는 호랑이

좋다. 그런 게 아마도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좌파의 시선을 반영할텐데, 최근 상황을 비유하자면 이렇다. 삼성그룹이 깊은 산 고개를 넘다가 덜컥 호랑이를 만났다. 급할 김에 삼성은 팔뚝 하나를 베어서 내놓았는데, 호랑이는 몸통까지 내놓으라고 으르렁거리는 꼴이다. 저들이 원하는 몸통은 무엇일까? 결정적으로 삼성을 손보는 것이 아닐까?

일부에서는 삼성 해체까지를 의심하고 있다. 좌파는 그 목표를 위해 이번에 한 발을 제대로 걸치는데 성공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왜 그런가? 실제로 감시위원 7명 중의 성향은 한마디로 반기업 심리로 꽁꽁 무장했다. 한국인들이 품고 있는 최악의 집단정서가 반기업 심리 아니던가?

놀랍게도 준감위 멤버에는 기업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너른 시야를 가진 거의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감시위원의 한 명은 뼛속까지 반 삼성, 반 기업심리로 뭉친 사람인데, 1994년 경실련과 인연을 맺은 뒤 22년을 일해왔다. 좌파는 이 준법감시위원회가 재판이 끝난 뒤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단발성 조직으로 그칠 것 같지도 않다. 

   
▲ 삼성 그룹과 그룹 내 계열사를 감시하는 막강 권한을 가진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했다. 삼성전자는 심각한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다. 최고사령관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 휩쓸려 있다. 고법에서 다시금 최순실 재판을 받고 있다. 준감위의 출범은 또 하나의 족쇄가 분명하다. /사진=연합뉴스

본디 조직의 생리가 그러하다. 이런 조직이 만들어지면 무언가 한 건 하려고 드는 법이 아니냐? 자기네 소속인 좌파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라도 삼성의 크고 작은 것을 부풀리고 까발려서 우리가 노력했다는 걸 보여주려할 것이다. 이들이 외부세력과 연계투쟁도 불사할 수도 있다. 

실로 무서운 상황이라서 나는 삼성이 암세포를 자기 몸 안에 이식했다고까지 표현하고 싶다. 즉 준감위의 출법이란 삼성의 경영에 간여하고 내부를 휘저을 수 있는 합법 조직을 좌파들에게 헌상한 모양새다. 바로 이 교두보를 통해 투명경영-도덕경영을 앞세운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등이 보다 더 난리를 칠 것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 그리고 삼성

그동안 좌파는 삼성에 대해 감 내놓아라, 배 내놓아라 해노핬는데, 앞으론 이게 제도화 합법화된다는 게 문제다. 이들은 삼성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백혈병 문제 등 각종 노동 문제와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물론이고, 경영권 상속 문제나 그룹 총수의 고유 영역에까지도 끼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준감위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게열사 이사회의 의결사항을 사전에 보고 받고, 사후에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삼성 내 경영전반에 개입할 수 있다. 준감위의 법적 실체가 불명확하고, 내부 정보 파악도 쉽지 않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외려 걱정은 밖에서 난리치던 좌파들이 삼성 안에 들어가 월급을 받아가며 큰소리치는 완장부대 역할을 하게 된다.

무서운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다 아시듯 삼성전자의 경우만 해도 심각한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다. 최고사령관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 휩쓸려 있다. 고법에서 다시금 최순실 재판을 받고 있다. 다시금 구속돼 영어의 몸이 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 횡령액을 고법보다 50억 원이 많은 86억 원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책사업에 관행적으로 협조한 것이 거대한 뇌물과 정경유착으로 비화했다는 걸 모른 이가 없다. 그래서 17일로 잡혀있는 이 부회장 재판 일정은 걱정이다. 그만큼 안타까운 게 경영환경인데,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7조71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반도체 호황이 급격히 꺾인 탓이다. 이게 한국경제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데도 우린 지금 뭘 하는 것일까?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량 되는 삼성전자의 팔을 꺾고 몸통을 조인다. 그러면서 그걸 윤리경영-투명경영이라고 포장하는 게 대한민국이다.

아무리 봐도 부조리한 상황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수십만 명의 임직원과 협력업체, 국내외 투자자들에 영향을 미치는 삼성과 이 부회장이 여전히 문재인 정권 발 국정농단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준감위의 출범은 또 하나의 족쇄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경쟁기업인 미국의 구글-애플이나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비해 인수합병 등이 부진하다고 거듭 우려한다. 상식을 재확인하지만 그룹 매출 400조원의 삼성그룹을 옥죄는 것은 경영 내부가 아니라 외부다. 그래서 거듭 문제는 문제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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