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조한진 기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지난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IT·전자전시회 ‘CES 2020’가 개최됐다. 이곳에서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모여 다양한 미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해 CES에서는 인공지능(AI)이 전 산업에 걸쳐 더욱 깊숙이 침투했고, 새로운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었다. IT 기업이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고, 자동차 기업이 IT 기술에 집중하는 것도 더는 어색한 일이 아니다.

기술 융합이 가속화되고, 업종 구분이 모호해 지면서 시장은 더욱 살벌해지는 모습이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일이 빈번하다. 독자 생존이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이 되면서 협업을 통해 미래 경쟁력 확대를 위해 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CES의 주역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협업은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을 때 가능하다. 굴지의 글로벌 IT 회사들이 우리 기업들과 손잡는 것도 무엇인가 얻을 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 기술 시장에서 우리가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종 규제와 이해 논리에 등에 발이 묶인 신산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CES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박 회장은 “우리가 중국보다 존재감이 못한 게 안타깝다”며 현장의 느낌을 전했다. 드론을 예로 든 박 회장은 “규제의 틀 때문에 발전을 못 한 거 아닌가”라며 “규제 혁신을 못 하겠단 논리를 가진 분들은 여기 오면 설 땅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CES 2020이 개최된 미국 라스베이거스 LVCC 내부 모습 /사진=미디어펜

외부에 ‘우리가 최고’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기업보다 경제단체를 이끄는 수장의 시각이 더 냉정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CES에서 가장 큰 전시공간을 꾸미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미래 경쟁력을 보여주는 잣대는 아니다. 몇 년 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알 수 없다. 그만큼 미래 준비가 시급하다.

올해 CES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서울시장, 국회의원, 여러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이 다녀갔다. CES는 단순히 얼굴을 알리는 장소가 아니다. 촉박한 일정에 기술 트렌드를 세세하게 살피기는 어려웠겠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쟁에서 밀리면 상황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시장 논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경쟁력은 기업의 힘으로만은 확보하기 어렵다. 판을 깔아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은 정부 몫이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가뜩이나 늦은 상황에서 더 뒤처지면 정말 답을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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