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실패 따라가는 데만 급급한 '반문' 치중 지적

"국가라는 공동체 입장 탈원전 폐기는 중요 이슈" 의견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총선 1호 공약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를 포함한 민생·경제 관련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문' 차원에서 급급하게 편린적으로 따라가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는 반응이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희망경제공약' 발표식에서 △재정건전성 강화 △탈원전 폐기 및 원전사업 육성 △노동시장 개혁 등 '1호 경제공약'을 내놓았다. 지난 9일에는 '희망공약개발단' 출범과 함께 공수처 폐지와 검찰 인사독립 강화를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사법개혁 첫째 과제로서'였을뿐이라는 것이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당은 재정건정성 강화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월성 1호기 재가동을 약속했다. 이어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 52시간제'의 획일적 적용을 대체할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 도입도 공언했다. 유연한 업무 환경과 '일할 자유'를 준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희망공약개발단 희망경제공약' 발표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그러나 한국당의 공약은 어딘가 "단편적이고 그때그때 임기응변 식"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약이라는 것은 '가치 정립-정책방향 설정-개별정책 개발'과 같은 위계성을 지녀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 폐해가 나타날 때마다 편린적으로 나오는 한 두개 공약쯤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김행범 부산대 교수는 16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가령 '자유민주주의에 선 나라, 시장경제에 토대한 행복한 경제' 정도는 가치가 되고, 그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 밑의 몇몇 정책 방향 중 '튼튼한 안보'가 있으며 이것을 구현하는 '구체적 정책 프로그램'으로 한일 군사정보보보협정(지소미아)의 강화가 제시되는 식으로 '공약 종합세트'를 구성해 발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런 종합세트 없이 하나 둘 임기응변적으로 급조한 공약의 티가 난다"며 "이런 것이 보수 정당의 신뢰성에 의문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공수처 폐지, 탈원전 정책 폐지에 이어 이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맞선 '주택 공약'을 발표하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사실 다 맞는 얘기고 자율시장 개념에 입각한 정책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임기응변으로 주워쓰는 식은 다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미 돼 있거나 야당으로서 막지 못한 정책 또는 관련 법을 '폐기하겠다는 것'으로 공약하는 것은 신선함도 떨어지고 국민들에 있어 대립과 소모적 이미지만 강하게 남는다는 것이 일각의 목소리다.

아울러 한국당이 선거 프레임을 자체적으로 구성하지 못하고 집권 여당을 따라가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서"라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는 "어떤 공약을 내세우건 지금 한국당에 필요한 건 정당의 이미지를 통해 지지도를 올리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며 "그 이미지는 여당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가치 정립과 전문성 확보, 통렬한 반성"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 한국당 희망공약개발단이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공약뿐만 아니라 인재영입을 포함해 총체적으로 '감성과 스토리 그리고 '오로지 반문(反文)''에만 치중한 나머지 전문성과 국민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 방법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얼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더불어민주당과의 대결 구도에서 보자면 1호 총선 공약은 '한국당의 완승'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임 두 교수는 "민주당이 내놓은 '무료 와이파이' 공약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어드밴스된 수준 높은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무료 와이파이는 당장 피부에는 와닿을 수 있을지언정 결국 '혈세를 끌어다' 표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반면 '탈원전 정책 폐기'는 그 자체로 국가라는 공동체 입장에서 중요한 이슈라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한국 원전 기술 수준은 세계 톱 수준으로 여느 선진국 기술 부럽지 않은데 탈원전이라는 허구성으로 국가경쟁력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을 한국당이 핵심 이슈로 던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탈원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아기적 발상이었는지 한국당은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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