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독자 파병, '이란의 우려' 남은 숙제
김소정 부장
2020-01-22 18:30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에서 활동했던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히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는 않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이른바 ‘독자 파병’으로 미국이 주장해온 IMSC에 참여하지 않아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사시 작전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 응한 절충안이다.


하지만 양 국가 모두 탐탁치 않게 여길 방안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생각하는 동맹 기여도에 만족스럽지 못하고, 자칫 이란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곳에 우리 군을 보내게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군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으로 미국과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우리정부가 추진 중인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 


일단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모두 한국의 파병 결정에 대해 환영을 뜻하며 “한미동맹의 힘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불확실한 중동 정세에 있다. 청해부대의 작전범위가 명확하게 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사시 자칫 전쟁위험에 휩쓸려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에서 현재처럼 소강상태가 아닌 미국과 이란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될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청해부대가 한국민과 선박 보호를 위해 필요시 IMSC와 협조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혀 유사시 미국의 요청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해군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천400t)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선박들을 수호하기 위해 2019년 8월13일 오후 해군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란은 우리정부가 새로운 파병이 아닌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에도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의 파르스 통신은 “이란 정부가 한국의 결정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국정부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란측이 ‘호르무즈 해협에 외국 군대나 선박이 들어오는 것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수십년간 쌓아온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 관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칫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 항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IMSC 파병을 요청했다. 정부도 한때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결국 독자 파병으로 결정했다.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했다가는 한국도 ‘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50킬로미터 폭의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석유의 30%가 통과하는 석유의 주요 운송로이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벌어지면서 미국은 이란 산 원유에 대한 전면 수출봉쇄 조치 발표가 있었고, 이란은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 위협으로 대응해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이 연 900여회 통항하고 있고, 만약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을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청해부대가 수송선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 우선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400t급)이 첫 임무에 투입된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청해부대 작전임무 구역은 현재보다 3.5배로 늘어난다. 청해부대는 그간 소말리아 아덴만 해상의 1130㎞ 구역에서 선박 호송작전을 펼쳐왔지만 앞으로는 오만 살랄라항을 기준으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 이라크 주바이르항 인근까지 2830여㎞를 확장해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국회의 동의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는 이번 호르무즈 독자 파병에 대해 ‘파명’이 아닌 ‘파견’이라는 용어를 사용, 국회 동의는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청해부대가 대잠수함 작전이 불가능한 만큼 링스 헬기와 군수지원함 등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추가 군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청해부대 파견 국회 동의안에는 파견 규모와 관련해 구축함(4000톤급 이상) 1척, 링스 헬기 1대, 고속단정 3척 이내, 인원 320명 이내로 명시돼 있어 이를 늘리려면 국회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


한편, 미국의소리 방송은 22일 미국의 여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도했다. 이와 함께 한국이 IMSC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긴밀한 정보 공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IMSC 본부에 연락장교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공조를 취한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연합호위함대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공유의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의 파병은 한국 국민과 상선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기존 아덴만 해적 소탕 전력을 차출한 성격이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공정한 방위 부담 분담 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란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독자 파병을 결정한 한국의 결정이 오히려 이란에겐 연합전력보다 공격하기 쉬운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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