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조클럽' 실패·현대제철 적자 전망
중국발 공급·원자재 가격·전방산업 부진 탓
연초부터 부진 사업부 매각·가격인상 '속도'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철강업계가 철강재가 쓰이는 전방 산업의 업황 부진과 중국의 생산량 증가 등으로 지난해 4분기에 ‘어닝쇼크(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급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철강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철강업체의 공급이 줄지 않아 냉가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체들은 부진 탈출을 위해 연초부터 가격 인상과 사업구조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6조3953억원, 영업이익 836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6%, 34.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조원 밑의 영업이익이 현실화되면 10개 분기 만에 '1조 클럽' 달성에 실패하게 된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4조4999억원을, 영업손실은 86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 슬라브가 오른쪽에서부터 회전하는 롤 위를 지나가며 1200도의 열과 6000톤의 압연 하중을 거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지난해 철강업계는 제품 가격이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봉형강 부문에서도 건설업황 둔화로 인해 판매가 줄어든 것은 물론 단가가 하락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동절기 감산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고로 가동률이 80%를 유지했다. 조강 생산량이 전년 대비 6% 증가하는 등 중국발 공급이 지속되며 실적악화가 심각해졌다. 

현대제철의 경우 자동차강판을 비롯한 전체 철강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데다 지난해 4분기 실시한 명예퇴직 비용(100억원)과 탄소배출권 비용 등이 추가되며 부담이 더해졌다. 이 때문에 영업손실 92억원의 전망치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64조7296억원, 영업이익 4조176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매출 20조6907억원, 영업이익 4705억원이 예상된다.  

문제는 올해 실적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노후 설비 폐쇄에 따른 신예설비들을 가동하기 시작해 생산능력은 더 증가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세계 철강 수요도 지난해 예상 성장률(3.9%) 대비 절반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철강 수요는 18억900만톤으로 전년 대비 1.7% 느는데 그친다.

US스틸, 아르셀로미탈 등 글로벌 철강사들이 인력 구조 조정과 고로 가동중단 카드를 내놓은 점은 철강 업황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철강사들을 괴롭히던 원재료 가격이 다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점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다 지난해 7월 톤당 120달러를 넘어서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81달러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지난 17일 기준 96.67달러로 예년 가격을 웃돌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올해 나빠진 경영환경을 고려해 부진한 사업부 매각과 비철강사업 강화, 판매가 인상 등을 통해 생존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스마트 팩토리와 이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 사업에 주력한다. 비철강 사업의 에너지·소재 부문에선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뉴모빌리티 종합 소재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공고히한 만큼 포스코는 친환경차 대상으로 통합 마케팅 체제를 구축하고 친환경·프리미엄 강건재 제품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연초 수익성이 떨어지는 강관 사업부 매각을 시작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한다. 

양사는 일찌감치 가격인상에도 나선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과 연초부터 상반기 납품가격 협상을 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판을 전방업체들과 1년에 두 번 이상 협상한다. 지난해 철강업계는 자동차 강판은 이보다 인상폭이 낮거나 동결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올해는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부진한 실적에도 고로 개보수 등 수조원대 투자를 앞두고 있어 부채감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내수 방어와 수익 다변화로 생존경영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