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김 위원장 부부와 함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7년여만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신변이상설을 잠재웠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김 위원장이 삼지연극장에서 설 기념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수행한 인물들 가운데 김경희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다음에 호명했다. 김경희가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남색 한복 차림으로 앉아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김경희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친동생이자 생존한 유일한 백두혈통 2세대이지만 장성택 처형이 있던 2013년 9월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그해 12월 장성택이 ‘반혁명분자’로 체포돼 처형된 이후에는 숙청설, 와병설도 난무했다.

북미대화 교착 국면에서 김 위원장이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철저하게 은둔생활을 해온 김경희가 깜짝 등장한 것과 관련해선 ‘백두혈통’의 건재함을 안팎에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경희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한 것은 무엇보다도 장성택 처형과 김정남 암살 이후 김정은 가족의 불화와 갈등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백두혈통의 결속과 김정은 가족의 화합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김정은의 정면돌파전에 대내적으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정 센터장은 “김경희는 2013년 12월 12일 장성택 사형 이후에 발표된 김국태 당중앙검열위원회 위원장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며 “이후에도 김경희는 김정은 기록영화에 한동안 계속 모습을 드러낸 바 있어 그의 공개활동 장기 중단은 장성택 처형보다는 건강 문제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희의 이전 마지막 공개활동은 2013년 9월 9일 정권 수립 65주년 경축 노농적위군 열병식과 평양시군중대회 및 조선인민내무군협주단 공연 참석이었다. 정 센터장은 “이 즈음 김경희는 계속 신부전증, 고혈압, 뇌종양, 발가락 문제 등으로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경희는 2012년에 싱가포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고, 2013년 5월 파리에서 뇌종양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같은 해 9월부터 11월까지는 러시아에서 발가락이 휘는 문제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정 센터장은 “그리고 2013년 12월 15일 발표된 김국태 국가장의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스위스에서 치료를 받은 후 귀국했지만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장기간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경희의 건강상태는 한 때 매우 위중했지만 서서히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월 25일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한 것을 보면 현재는 상당히 회복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설 명절 기념공연을 25일 삼지연극장에서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룡해 제1부위원장, 고모 김경희, 리일환 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함께 관람했다고 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경희의 등장은 김정은의 새로운 용인술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읽힌다”면서 “내부 결속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김정은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고히 다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앞으로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백두의 혁명정신’을 강조하면서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정면돌파전을 통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승리를 선언하고자 하는 김정은 입장에서 ‘백두혈통’ 의 ‘어른’인 김경희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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