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택 산업부장
[미디어펜=송영택 기자] “숨겨둔 단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가 찾은 것은 가야할 길이고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이렇게 가는 길도 있다’라는 공감을 토대로 그 다음을 준비하며 되돌아가지 않고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15년 6월 그동안 20개월 간의 활동을 마치고 제출한 최종보고서 중 ‘우리의 권고를 정부와 국회가 실천하기를 바라며’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제1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20개월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2만7000명과 의견을 나눴으며, 온라인을 통해 35만 명과 생각을 공유했다.
 
가압형 중수로 형태로 운영되는 월성원전 2~4호기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원전 부지내에 조밀건식저장시설(사일로·맥스터)에 임시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설이 곧 포화상태에 이르러 증설을 서두르지 않으면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지 못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월 10일 맥스터 7기 추가 증설에 대해 승인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면서 이전에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인정하지 않고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

   
▲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모습./사진=월성원전운영본부

재검토위원회는 원전 운영방식과 지역주민들이 처한 실정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전국공론화’를 먼저 시작하고 그 다음 ‘지역공론화’ 순서로 진행하도록 건의했다는 재검토준비단의 입장을 수용하며 차일피일 맥스터 추가 증설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재검토위원회의 운영은 법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결정 논란처럼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탈원전’ 국정과제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법에 근거하지 않은 채 새롭게 구성된 조직이다. 그러면서도 마치 원안위의 상급단체처럼 활동하고 있다. 맥스터 건설에는 대략 19개월이 소요 된다고 한다. 월성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에는 사용후핵연료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97.6%에 달할 정도로 포화상태다. 내년 11월이면 가득 찬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재검토위원회가 ‘원전 내 저장시설의 운영상황 등을 고려해 관리정책이 적기에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놓을뿐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정부와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는 월성 원전 소재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조속히 시행하여 월성원전내 임시저장시설의 증설 여부를 즉시 결정해 주기 바란다”며 건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면서 재검토위원회가 절차를 이유로 월성원전의 운영 차질과 이로 인한 지역경제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원전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맥스터 7기 증설은 영구처분시설이나 중간저장시설을 논하는 큰 정책제안이나 변경이 아니며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이 관건인 사안”이라며 “재검토위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고, 지역실행기구를 통해 이미 드러나 있는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지난해 11월에 출범한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와 재검토위원회가 지역 의견수렴 세부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해명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산업부와 재검토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호응하면서 맥스터 추가 설치에 대해 논의 과정에 있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단기저장시설 맥스터는 2010년부터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안전사고를 내지 않았다. 산업부와 재검토위원회는 이런 관리경험의 노하우를 인정하고 하루 속히 맥스터 7기 추가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마무리 해야 한다. 안전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월성원전 2~4기 가동 중단이라는 사태게 직면하지 않도록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밟는 다는 핑계로 월성원전 가동중단을 촉발하게 된다면 나중에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산업부와 재검토위원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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