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LCC 모두 적자…올해 1분기 역시 마이너스 전망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 "공급 지나쳐 수익 악화 불가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노선에 대한 티켓 취소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앞서 진행된 반일불매운동 여파로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들이 실적 악화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LCC들은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반일불매운동의 여파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174억99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130억7164만1272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당기 순손실은 181억3072만원으로 집계됐다. 에어부산의 경우 영업손실이 195억3574만원에 달했다.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이 97억308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공시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적을 알 수는 없으나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회사의 경우 반일불매운동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고 매물로 나와 제주항공이 재무 등 다방면에 걸친 실사를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반일불매운동이 격화되자 국내 LCC 업계는 동남아시아 노선에 대해 '제 살 깎아먹기'라 불릴법한 공급 경쟁을 벌였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 21일 인천-베트남 푸꾸옥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할인 판매에 뛰어들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1월22일부터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에 취항하며 비행편을 주당 7회로 결정했다. 인천-방콕, 대구-방콕, 인천-푸껫을 잇는 티웨이항공의 네번째 동남아행 출사표인 것이다.

32개의 국제선을 보유한 진에어는 14개 노선이 동남아에 집중돼 있다. 이 회사는 인천-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간 노선을 주 7회 운항하다 지난달 25일부로 14회로 2배 늘렸다.

이런 와중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지역에서 신종 폐렴이 창궐해 여정 취소 문의 역시 급증하고 있어 LCC들이 더욱 어두운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취소율은 자세히 알기 어려우나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는 "4분기 실적 공시 전엔 공표할 수 없다"면서도 "실적이 좋을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운휴한 중국 노선도 있고, 운항 중인 노선도 있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항공업계 특성상 1, 3분기 대비 2, 4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며 "정확한 수치는 4분기 실적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사업면허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 5일 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 등 3개사에 대한 항공면허를 발급했다. 이로써 국적 항공사는 총 9개가 된 셈이다. 이 같이 면허를 내주다 보면 고속버스 운송사(11개)보다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나오는 판이다.

항공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업계의 '치킨 게임'이 가속화될 것이란 이야기 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업 적자의 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인구수로 따져봐도 국내 LCC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미국의 인구는 3억2720만명(2018년 기준)이지만 LCC 수는 9개다. 1억2680만명인 일본은 8개, 13억8600만명인 중국은 6개다.

이와 관련,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지난해 10월 30일 "LCC들이 일본 대신 동남아를 대안으로 삼고 있지만 공급이 지나쳐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사장은 "지난 10여년 간 LCC 업계는 성장일변도를 달려왔지만 공급 과잉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LCC가 계속 생겨나는 건 공급 과잉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글로벌 LCC 환경도 녹록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지난해 2월 4일 독일 게르마니아 항공을 시작으로 3월 28일 아이슬란드 와우항공, 4월 17일 인도 제트에어웨이즈, 9월 23일 영국 토마스 쿡 항공, 9월 30일 독일 XL 에어웨이즈·프랑스 에글 아쥐르, 10월 1일 슬로베니아 아드리아항공 등 LCC들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파산했다.

한국항공대학교의 한 교수는 "세계 항공 시장은 크게 미국형과 유럽형으로 나뉘는데, 국내 항공 시장은 안타깝게도 줄파산을 하고 있는 유럽형을 닮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항공사들은 끊임 없는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왔다"며 "언젠가 국내 LCC 시장에도 피바람이 불어닥쳐 미국의 모델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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