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리스크·경영 환경 악화 등 실적 곤두박질
대한항공 관계자 "이달 중순 실적 공시…적자 예상"
진에어, 제재 1년 넘게 이어져 경영 상태 악화
   
▲ 에어버스 A330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진그룹의 항공계열사들이 오너 리스크와 시장환경 악화 등 대내외적인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3월 중으로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은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학술재단·일우재단 등 특수관계인, 델타항공·카카오 등을 위시한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이날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입장문을 냈다. 이로써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33.45%로 '조현아 연합군'을 앞선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 역시 KCGI(강성부 펀드)와 반도건설을 우군으로 두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량은 조 회장 측보다 조금 모자라는 32.06%로 피튀기는 '왕좌의 게임'이 예상된다. 

한진칼은 2013년 8월 1일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적분할한 한진그룹의 지주사다. 이 회사는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칼호텔네트워크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한진관광 △제동레저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 등 9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다시 말해 한진칼의 경영권을 갖게 되면 자동적으로 아래 회사들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진칼 자회사들 중 맏형 격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역시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업계가 줄줄이 적자를 보는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으나 나머지 1·2분기에 적자였고, 이번 4분기 역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아직 지난해 전체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달 중순 경 지난해 전체 경영 실적이 공시될 것"이라면서도 "회사 내부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대하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 2019년 진에어 경영 실적./자료=진에어

한진그룹의 또 다른 항공사 진에어 역시 날개를 펴지 못하는 건 매 한가지다. 진에어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전체 경영실적을 밝혔다.

진에어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9102억원, 영업이익 -491억원, 당기순이익은 -542억원으로 집계됐다. 흑자 행진을 이어가던 2018년과는 전혀 딴 판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05억원, 영업이익은 1120억원, 당기순이익은 987억원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에 진에어 관계자는 "경쟁적 공급 증가 대비 여행 수요 둔화에 따른 수급 불균형 탓"이었다며 "반일불매운동과 홍콩 소요 사태 등에 따라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 지역 외 노선 공급 집중에 따른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졌다"고도 했다.

시황 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에 의한 정부 리스크가 지금까지도 작용하고 있어 진에어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것에 한 몫 한다. 항공법상 항공사 등기이사는 내국인이어야 한다. 그러나 조 전무는 하와이에서 출생한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로 불법 재임한 것이 2018년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진에어는 신규 노선 취항·항공기 도입 및 등록·부정기편 운항 허가 제한 등의 영업 제재를 받고 있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진에어는 지난해 3월 이사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 국토교통부에 경영문화 개선책을 내놨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아울러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직과 정석기업 부사장을 맡는 등 경영에 전격 복귀하자 정부 당국은 당초 1년이었던 제재 해제 조치를 미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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