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포스코 등 국내기업, 중국에 153억 지원
"가뜩이나 힘든 기업들…자금 엉뚱한데 쓰여져"
   
▲ 포스코센터(왼쪽)와 삼성 서초사옥.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되자 국내 기업들이 일제히 중국에 억단위 규모의 현금 기부와 의료용품 공급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기업들이 경영 불확실성 등 우려가 커진 가운데서도 지원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과 중국은 사드 등 갈등이 여전해 지원을 통한 한중 관계 증진보다 결국 기업만 부담을 짊어질 것이란 얘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민일보와 중국경제망, 금융계 등 중국 현지매체는 한국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피해를 겪는 중국에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감사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 기업이 현재 중국에 지원한 기부금액은 약 9000만위안(약 15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삼성은 의료용 마스크 100만개, 방호복 1만벌을 포함해 3000만위안(약 51억원)을 기부했다. 현대자동차 중국법인은 현금 1000만위안(약 16억9000만원)과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 규모의 의료용품을 전달했다. SK차이나는 현금 700만위안(약 11억9000만원)과 300만위안(약 5억원) 상당의 물품을 기탁했다. LG의 경우 824만위안(약 14억원)에 해당하는 기부금과 구호물품을 건넸다. 포스코 역시 구호물품과 성금 등 약 10억원을 중국에 지원한다. 제약회사인 셀트리온그룹은 마스크 13만개, 방진복 1만개, 고글 5000개 등 구호물품 150박스를 전달했다. 

중국 경제매체 금융계는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지원에 대해 "많은 국내 기업들이 우리에게 진심어린 도움을 줬다"며 "진정한 운명 공동체의 의미를 깊게 느낀다"고 표현했다.  

중국경제망은 "현대차그룹은 중국 진출 이후 중국 국민들과 어려움을 공유해왔다"며 "쓰촨성 지진, 장쑤성 토네이도 등 재난 때도 현대차는 신속한 지원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구다오 산업계 비평가는 삼성과 애플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위기에 삼성은 3000만위안이나 기부하며 양심을 보였지만 전자 1위 기업 애플은 움직이지도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이 중국 지원에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이웃 나라의 어려움 극복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미와 함께 한중 우호관계 증진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올해 미중 무역분쟁과 수출경기 둔화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진 상황에서도 지원을 강행한 이유는 정부 눈치 때문이란 시각도 나온다. 정부에게 독자적인 금전지원은 부담스러운 만큼 삼성, 포스코 등 기업들이 나머지 지원을 떠 안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에 59억원을 지원했다. 삼성의 지원금(51억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액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제약사나 코트라 등 무역 기구가 인도적 차원에서 현물을 지원하는 것은 형식적으로 볼 때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외교부 기금이 아닌 삼성이나 화학 기업 등의 큰 규모의 지원은 이해가 안 간다. 정부의 위선덩어리 행보로 인한 눈치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가뜩이나 기업들이 힘든데 실적 개선을 위해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을 다른 곳에 쏟아 붓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기업의 주인은 국가가 아니다. 기업에 돈을 염출하는 것은 결국 주주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의 기부가 한중 관계 호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003년 사스 발발 당시에도 삼성과 LG, SK 등 기업들은 중국에 억단위 기부와 물량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 중국총괄본부는 1억5000만원의, LG전자는 1억5000만원의 살균 전자레인지, 항균 세탁기 등 전자제품을 기증했다. 베이징현대자동차는 3억4000만원의 소나타 10대를, SK는 10억가량의 기금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왕치산 당시 베이징 시장 대행은 노키아, 모토로라 등 17개 외국기업 베이징 주재 대표들을 만나 외국기업들이 사스 퇴치노력에 동참해줘 고맙다고 사의를 표했는데 초청된 기업 중 한국기업은 없었다. 또한 주중 한국 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베이징 거주 한국 교민 1만명이 사스 확산 때문에 귀국하고 한국 언론이 베이징 사스 상황을 앞서 나가며 보도한데 대해 중국 정부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사드 등 아직 갈등이 남아있는 등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도 아니다"며 "이번에도 사스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은 한국의 지원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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