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 차원서 호텔 부지와 레저시설 매각"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사진=한진그룹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을 짓고자 10여년 전 삼성생명으로부터 매입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인천 을왕리 소재 레저 시설 왕산마리나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격한 갈등을 빚는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때문에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완전한 결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이사회를 개최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한다며 조만간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관련 공고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경영 안정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비전 2023'을 발표하며 부지 매각을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단순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한진칼 지분 확보로 경영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KCGI는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호텔 사업부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만큼 대한항공이 외부에 호텔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매각함으로써 KCGI측 주장의 힘을 빼기 위한 전략적 선택 아니냐는 평가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와 동시에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지우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호텔과 레저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3만6642㎡의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당초 7성급 호텔을 짓고자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인 곳이다.

그러나 학교 바로 옆엔 유해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관할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판단이 있었고, 2012년 6월 대법원은 교육청의 손을 들어줘 12년 간 유휴지로 남아있게 됐다. 부동산 업계는 해당 부지의 현재 가치를 대략 53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 2017~2018년 사이 왕산레저개발 포괄손익계산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2011년 11월 개장한 왕산마리나는 한진그룹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에서 인천광역시 중구 을왕동에 조성한 레저 시설로, 300척의 요트가 계류할 수 있는 곳이다. 자본금 1343억원인 왕산레저개발 역시 조 전 부사장이 관리하던 곳으로 2300억원이 투자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곳은 2017년 215억8744만8390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18년에도 49억39만959원의 적자를 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잠정실적이 나온 와중에) 송현동 부지·왕산마리나 등 유휴자산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면 이번 매각 조치를 통해 조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얻고 조 전 부사장에게 경영참여의 여지를 주지 않으며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과 거리를 둔다는 것은 지난해 11월 29일 한진그룹 임원 인사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참여를 배제했고, 그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탈락하며 남매간 싸움이 예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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