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이사회 의장직 분리
'조현아표' 호텔·레저 사업 등 비주력 분야 매각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이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재무구조 개선·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선다.

한진그룹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담당해온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키로 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7일 이사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 여부가 달린 한진칼 주총은 내달 25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이사회 규정을 일부 개정해 대표이사가 맡도록 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토록 했다. 따라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다는 설명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경영 감시역인 이사회 역할을 강화해 경영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주주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계는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통과될 시 조 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직은 유지하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타 사외이사에게 넘길 것으로 관측한다. 또한 한진칼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꾸리기로 했다.

한진칼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회사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주주권익 보호 체계를 강화한다는 목적에 맞게 거버넌스위원회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에 맞춰 한진그룹은 그룹 계열사인 한진칼·대한항공·진에어 등의 보상위원회·거버넌스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직에 전원 사외이사들을 선임했으며, 이사회 의장도 이사회에서 선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룹은 연이어 칼호텔네트워크가 관리하는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외부에 팔기로 결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도 사업성을 따져 유지 또는 구조조정 등에 대한 향배를 정하기로 했다.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사실상 그룹 내 호텔·레저 사업부를 개편한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책임져왔던 사업을 떨어냄과 동시에 해당 사업들이 '만년 적자'임을 강조하며 경영 능력에 문책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은 저수익 자산 및 비주력 사업을 청산해 재무 구조를 선진화하며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룹은 주식회사 한진 소유 부동산과 여타 계열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도 매각을 검토한다.

이에 맞춰 핵심 역량인 수송 사업에 집중한다. 항공운송 사업에 있어 그룹은 신형기를 도입하고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기재 운용을 합리화 하는 등 생산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타 항공사와의 조인트 벤처 확대,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휴 등 국내·외 사업파트와 협력의 폭도 넓혀갈 것이란 전언이다.

물류사업의 경우 선택과 집중에 주력한다. 한진의 택배·국제특송과, 물류센터 및 컨테이너 하역 사업은 집중적으로 키우고, 육상운송·포워딩·해운·유류판매 분야는 수익성을 높이기에 힘쓸 계획이다.

이밖에도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그룹 전문 사업 영역에 대해선 경쟁력 강화, 대한항공 IT 부문과 함께 한진정보통신·토파스여행정보 등 그룹사 ICT 사업은 효율성과 시너지를 확대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는 기업 평가의 중요한 척도가 됐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개선 노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ESG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KCGI가 요구한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 등은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한진칼 관계자는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재치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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